"진품을 그대로 모방하거나 숫자나 영문 이니셜을 살짝 바꿔도 명백한 상표법 위반입니다."(단속반) "몰랐습니다. 전시만 할뿐, 팔지는 않는다니까요. 근데 왜 우리만 잡는 겁니까."(상인)
16일 오후 의류상가가 밀집한 동대문의 한 대형 쇼핑몰. 상표법을 위반한 소위 '짝퉁'을 단속하는 공무원들이 들이닥치자 물건 흥정으로 어수선하던 쇼핑몰의 분위기가 갑자기 가라앉았다. 이윽고 단속원들이 각종 티셔츠 벨트 가방 등을 뒤적이며 짝퉁을 찾기 시작하자 여기 저기서 상인들과의 크고 작은 실랑이가 벌어졌다.
짝퉁 단속을 맞는 상인들의 대응도 제각각이었다. "몰랐다"고 버티거나 "봐달라"고 읍소하는가 하면 "왜 우리만 단속하냐"며 형평성을 시비하는 상인들도 있었다. 여성의류매장의 한 상인(42ㆍ여)은 "도매점에서 물건을 떼다 파는데 (짝퉁인지) 알았다면 팔겠느냐"고 항의했다. 액세서리 가게 주인(38)은 "가뜩이나 장사도 안 되는데 단속때문에 올 손님도 그냥 가겠다"며 볼멘소리를 했다.
이어 단속반의 발길이 닿은 곳은 인근의 한 재래 의류시장. 적발된 상품에 대한 조사확인서를 써 내려가자 상인들의 반발은 더욱 거세졌다. 단속반이 "이번 단속은 형사처벌이 아닌 시정권고 수준의 계도 목적"이라고 애써 설명했지만 "왜 사전에 알려주지 않냐"는 막무가내식 항의만 돌아왔다.
분위기는 점점 험악해졌다. 고성이 오가는가 싶더니 결국, 단속 소식을 듣고 나온 상가 관리소 직원들과 단속반 사이에서 밀고 당기는 몸싸움도 벌어졌다. 이러는 사이 10여 곳의 상점은 셔터를 내리고 아예 단속을 원천봉쇄하기도 했다.
특허청 산업재산보호과 김규봉(42) 주무관은 "시치미를 떼고 봐달라고 하고 이도 저도 안되면 그냥 막무가내로 우기는 게 예사"라며 "한 푼이라도 더 벌어 보겠다는 심정은 이해하지만 명백한 법 위반인 만큼 단속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울시와 특허청, 대한주부클럽연합회 등으로 구성된 70명의 민관 합동단속반은 15일부터 이틀간 이태원 신촌 종로 강남 동대문운동장 일대 등에서 모두 60여 곳의 상점을 적발했다.
단속에 처음 동행한 중구 지역경제과 관계자는 "위조상품이 이렇게 많을 줄은 몰랐다"며 "동대문과 남대문 상가는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만큼 앞으로 단속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합동단속은 17일까지 계속된다. 시 관계자는 "위조상품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성숙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위조상품 신고는 서울시(02-3707-9337) 또는 특허청(042-472—0121)으로 하면 된다.
한편, 시는 지난해 224개 점포에서 위조상품 1,509점을 적발, 시정권고 조치했다. 주요 단속 품목은 액세서리(59%), 의류(38%), 가방(2%) 등의 순이었다.
김종한 기자 tellme@hk.co.kr김응서 인턴기자(서울대 외교학과 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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