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출범 사실상 첫 달인 올 3월, 고용 성적표는 충격적이다. 신규 일자리가 1년간 18만4,000명 늘어나는데 그쳤다. 올해 35만명, 임기 5년간 300만명(연간 60만명)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목표가 무색하다.
참여정부 때도 고용 부진에 허덕였지만, 그래도 줄곧 20만명대는 유지했었다. 고용 악화는 가계 소득을 감소시키면서 서민 경제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내수 둔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 경기 둔화 신호탄?
고용은 통상 경기 선행 지표의 성격을 갖는다. 향후 경기가 나빠질 조짐을 보이면, 기업들이 우선 고용을 줄이고 나서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는 16일 ‘고용동향 분석’ 자료에서 “기업들이 향후 경기 둔화에 대비해 신규 채용을 자제하는 등 사전적 대응으로 고용 여건이 예상보다 빠르게 악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임금근로자, 그 중에서도 특히 임시ㆍ일용직 근로자가 급격히 줄어든 것도 같은 징후로 해석된다. 유연성이 높은 임시직과 일용직은 당연히 우선 감축 대상 1순위일 수밖에 없다.
내수 위축도 고용 둔화의 한 원인으로 분석된다. 제조업의 고용 창출 능력은 이미 상당히 둔화된 지 오래. 고용 창출의 주도적인 역할을 해온 서비스업의 취업자 증가수가 갈수록 둔화하는 모습이다. 지난해 9월말 42만4,000명에서 12월말 39만2,000명, 올 1월 33만3,000명, 2월 30만7,000명에 이어 지난달에는 29만6,000명으로 추락했다.
손민중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경기 둔화, 인플레 압박, 내수 위축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 8월 이후 추세적으로 고용 사정이 악화하고 있다”며 “3월이 계절적으로 고용이 살아나는 시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고용 지표는 굉장히 우려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 U턴 가능성 있나
강만수 기획재정부장관은 지난 15일 “대외적으로는 경상수지, 대내적으로는 일자리 창출에 정책의 최우선 목표를 두겠다”고 밝혔다. 그만큼 고용 사정이 심각하다는 걸 정부도 잘 알고 있다는 얘기다.
당연히 정부의 경기 부양 속도도 더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재정부 측은 “추경 예산 편성을 통해서 경기 회복에 주력하고, 고용창출 효과가 큰 서비스업에 대한 전반적이고 적극적인 규제 완화 방안을 포함한 서비스업 대책을 이달 중 내놓겠다”고 했다.
하지만, 고용 사정이 쉽게 개선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임경묵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정부가 내수를 진작한다고 하지만, 오히려 수출 위주 정책에 더 치중하는 분위기”라며 “정부가 효과적인 대책을 내놓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실제 효과가 나타나는데도 상당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올해 35만개 일자리 창출은 힘들 것”이라고 했다.
정부 역시 밝은 전망을 내놓지 못하기는 마찬가지다. 임종룡 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은 “기업들이 선제적으로 고용을 줄였다고 보면, 앞으로 더 나빠지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그렇다고 고용 상황이 크게 개선되지는 힘들지 않겠느냐”고 했다.
이영태 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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