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점포를 잡아라.’
편의점 업체들의 병원 입점 경쟁이 치열하다. 병원 점포 매출이 많게는 일반 점포의 10배 이상에 달하기 때문이다. 대형 병원들 역시 편의점이 기존 매점보다 상품이 다양하고 위생 관리도 철저하다는 이유로 입점을 선호하고 있다. 양자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는 셈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실시된 경희대의료원과 순천향대병원 편의점 공개 입찰에 훼미리마트, GS25, 바이더웨이, 미니스탑, 세븐일레븐 등 대형 편의점 업체 5곳이 모두 참여했다. 다른 업계의 경우 ‘나눠먹기’가 관행처럼 여겨지는 것과는 딴판이다.
이처럼 편의점 업체들이 병원 개척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병원 점포가 전국 최고의 알토란 매장이기 때문이다. GS25의 경우 전국 3,000여개 매장 중 매출액 상위 10위 안에 병원 점포가 6개나 포진해 있고, 훼미리마트도 병원 점포 3개가 ‘톱 10’에 들어 있다.
매출액을 보더라도 GS25 신촌세브란스병원점은 하루 평균 매출 1,600만원으로 웬만한 대형 슈퍼마켓을 능가한다. 바이더웨이도 병원 점포 매출이 일반 점포보다 30% 이상 높다. 훼미리마트 삼성서울병원점의 경우 일반 점포 평균보다 10배 이상 높은 매출을 올리고 있다.
병원 점포가 승승장구하는 것은 방문 고객 수가 비교적 일정한데다 병원이라는 공간을 독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훼미리마트 이광우 팀장은 “삼성서울병원의 경우 병상수가 1,000석이 넘을 정도로 대형이어서 잠재 고객수가 넉넉하다”며 “주변에 경쟁 점포도 없어 독점권을 누릴 수 있다”고 말했다.
병원 점포는 취급 상품도 일반 점포와 큰 차이가 난다. 우선 건강에 좋지 않은 담배와 술은 일절 판매하지 않는다. 대신 환자들은 수분 섭취를 많이 해야 하므로 생수나 유제품 종류를 많이 갖춰놓고 있다. 실제 GS25가 지난해 병원 점포에서 가장 많이 팔린 상위 10개 품목을 조사한 결과, 제주 삼다수(생수)가 1위에 올랐다. 이어 이오무가당(요구르트), 양반김, 커피우유, 서울우유, 요플레, 남양 맛있는 우유, 참치 샐러드 김밥, 녹차 종이컵 순이었다.
일반 점포에서 보기 힘든 성인용 기저귀, 슬리퍼 등이 진열돼 있고, 박스 단위의 선물용 캔과 병 제품이 많이 팔리는 것도 차이점이다. GS25 서일호 대리는 “편의점 매출액 부동의 1위인 바나나우유를 생수가 제치는 곳은 병원 밖에 없다”며 “병원밥이 맛이 없어서인지 김이나 김밥도 자주 찾는다”고 귀띔했다.
유명인이 입원하면 매출이 급증하는 것도 병원 점포의 특징이다. 병문안 오는 사람들이 줄을 잇기 때문이다. 실제 2006년 5월 21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신촌세브란스병원에 입원했을 때 입점 점포의 당일 매출이 10% 이상 늘었다.
안형영 기자 truestory@hk.co.kr
ⓒ 인터넷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터넷한국일보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인터넷한국일보는>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