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워드 진 / 시울
1865년 4월 9일 미국 버지니아 주 애퍼매턱스에서 남군 사령관 리 장군이 북군 사령관 그랜트 장군에게 항복함으로써 남북전쟁이 끝났다. 그러나 닷새 후인 4월 14일 일어난 링컨 대통령 암살은 흑인 노예 문제가 남북전쟁으로 해결되지 못했음을 보여준 사건이었다.
“도대체 노예제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노예제를 경험하지 못한 사람들은 아마 결코 설명할 수 없을 것이다. 북부의 두 자유주의적 역사사가 저술한 베스트셀러 교과서의 1932년 판에서는, 노예제를 흑인들의 ‘문명화를 위해 필요한 과도기’로 보았다.” 노엄 촘스키와 더불어 미국의 살아있는 양대 비판적ㆍ실천적 지성으로 꼽히는 하워드 진(86)은 <미국민중사> 에서 이렇게 쓰고 있다. 그의 말처럼 미국에서 남북전쟁 이후에도 계속된 흑인 차별이 사라진 것은 100년이 지난 1960년대 말이 되어서다. 미국민중사>
<미국민중사> 는 1492년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부터 현재까지의 미국사를 통상적 관점과는 전혀 다른 시각에서 서술한 선구적 역사서다. 그 역사의 주인공은 책 제목처럼 민중이다. 노예제도의 피해자인 흑인, 황금에 눈 멀었던 콜럼버스가 자행한 학살의 피해자인 인디언, 오랫동안 흑인 노예와 같은 처지였던 여성, 야만적 자본주의에 종속된 노동자들이다. 그리고 미국 역사는 부와 권력을 지닌 자들의 역사가 아니라 그들의 저항의 역사, ‘아래로부터의 역사’가 된다. 미국민중사>
하워드 진은 한국어판 서문에서 “세계 다른 나라 사람들 뿐만 아니라 미국인 스스로도 미국을 두 가지 방식으로 오해하고 있다”고 썼다. 첫번째는 흔히 민주주의라는 단순한 표현으로 묘사되는, 오로지 선만을 행하는 존재라는 미국의 이미지가 그것이고, 두번째는 미국 민중이 벌인 저항이 역사에서 간과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1986년 <미국민중저항사> 라는 제목으로 번역돼 하워드 진을 국내에 알렸던 이 책은 2006년에 다시 번역됐다. 미국에서는 1980년 초판이 나온 이후 읽기 만만치 않은 역사서인데도 불구하고 100만부가 훨씬 넘게 팔렸다고 한다. 미국민중저항사>
하종오 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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