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외교는 에너지를 사오는데 그치는 게 아니라 기업들이 직접 투자를 해야 성공한다.”
지난달 13일 서울 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단과 한승수 국무총리와의 만찬에서 조석래 전경련 회장이 강조한 말이다. 자원외교의 물꼬를 트는 것은 정부의 역할이지만, 실제로는 기업들이 나서야 실익을 거둘 수 있다는 것이다.
기업 입장에서 자원외교는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한국전력, 한국석유공사 등 공기업을 비롯해 SK에너지, 삼성물산, 대우인터내셔널, LG상사 등 민간 기업들은 10여년 전부터 해외 자원 확보를 위해 전방위적인 노력을 기울여왔다. 마침 이명박 정부도 정상급 자원외교에 역점을 두겠다고 밝힌 만큼, 민간 기업들의 해외 자원 개발 움직임은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다.
그렇다면 갈수록 치열해지는 세계 자원 시장에서 우리 정부와 기업들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현실적인 자원외교 방식은 무엇일까. 해법은 ‘패키지 딜(Package Deal)’ 에서 찾을 수 있다. 전력 인프라가 열악한 국가에 발전소나 사회 인프라를 구축해주는 대가로 자원개발권을 확보하는 사업 방식을 말한다. 패키지 딜은 부존자원이 부족하지만 각종 산업 기술력이 뛰어난 우리에게 최적의 자원 개발사업 모델이자 해외 에너지시장 개척의 새로운 돌파구인 셈이다.
실제 국내 기업들은 최근 패키지 딜 형태의 자원외교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한전은 중국이 먼저 진출한 나이지리아에서 패키지 딜 방식을 통해 석유광구 탐사와 연계된 발전소 및 가스파이프라인 건설 사업에 나설 계획이다.
나이지리아가 지하자원은 풍부하지만 전력 인프라가 열악하다는 점을 감안, 발전소 등 인프라를 구축해 주고 대신 자원개발권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한전은 또 서부아프리카 전력공동체(WAPP)와 전력설비 건설 및 운영사업에 대한 계약을 맺고 서부아프리카 전력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석유공사도 패키지 딜을 통해 해외유전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석유공사는 특히 서아프리카, 중동, 카스피해, 동북아시아, 동남아시아, 미주지역 등 6대 전략 거점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민간 기업들의 자원외교 성과는 이미 가시화하고 있다. 석유공사는 러시아의 이차 캄차카 육상광구, 나이지리아 OPL 321ㆍ323 광구, 카자흐스탄의 잠빌 등 4개 프로젝트와 이라크 바지안 광구, 캐나다 오일샌드광구 등의 유전 개발에 나서고 있다.
삼성물산은 올해 1월 석유공사와 공동으로 미국 테일러사 소유의 멕시코만 해상 생산유전을 인수했다. 확인 매장량이 6,100만배럴에 달하는 중형 유전으로, 현재 일일 생산량은 1만7,000배럴이며 2009년엔 1만9,000배럴까지 증산될 예정이다.
LG상사는 지난해 10월 러시아 사하공화국이 진행하는 자원 및 인프라 투자사업인 550억달러(50조6,000억원) 규모의 ‘남야쿠치야 종합개발 프로젝트’ 공동 추진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LG상사는 5월부터 프로젝트 파이낸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한 뒤 광산개발에 착수, 2010년부터 연 200만톤 규모의 유연탄을 생산할 계획이다.
LG경제연구원 이지평 수석연구위원은 “해외 자원 전쟁에서 승리하려면 민간 기업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며 “민간이 부지런히 해외 자원 개발을 기획하고, 정부는 이를 바탕으로 총력 외교전을 펼쳐야만 치열한 자원 확보 전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유인호 기자 yi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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