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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배경 그 곳 실제 촬영지와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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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배경 그 곳 실제 촬영지와 달라

입력
2008.04.16 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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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2월 개봉 예정인 한국영화 <차우> 는 거대한 식인 멧돼지와 사람의 피비린내 나는 싸움을 담고 있다.

한국의 삼매리라는 어느 가상 산골마을이 주무대. 그러나 엄태웅과 장항선, 정유미 등 출연배우와 심정원 감독 등 스태프는 지난달 태평양을 훌쩍 건너가 17일 샌프란시코 인근의 숲 그렌지에서 크랭크인을 했다.

해외 로케와는 컷 하나만큼의 인연 조차 없을 듯한 한국 배경의 영화를 정작 미국에서 찍고 있는 것. '붕어빵에는 붕어가 없다'는 우스개처럼 스크린 속 장소가 실제 장소와는 딴판인 한국 영화들이 늘고 있다.

'근검절약'으로 불황을 이겨내자는 의지와 함께 작품 완성도를 위해서는 장소를 가리지 않는 프로근성이 이들 영화의 배경으로 자리잡고 있다.

비용 절감위해 장소 가리지 않아

<차우> 는 돈 때문에 촬영지로 미국을 택했다. 돈이 넘쳐 나서가 아니라 돈을 아끼기 위해서다.

<차우> 는 식인 멧돼지의 사실적 묘사를 위해 정밀한 애니메트로닉스(실물과 흡사한 원격조종 캐릭터)와 정교한 컴퓨터그래픽(CG)이 생명인 영화. 제작사는 특수효과를 미국회사에 맡겼으나 비용과 시간문제가 큰 고민이었다.

미국 특수효과팀과 장비를 한국으로 공수하기에는 어마어마한 금액과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결국 배우와 스태프가 짐 싸들고 특수효과팀을 찾아간 것이다.

그렌지 숲 인근의 산세가 한국과 비슷한데다 CG를 통해 미국 색채를 충분히 지울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차우> 의 제작비는 약 50억원. 충무로에서는 "영화 규모에 비해 제작비가 슬림하다"는 평이 많다.

올해 한국영화 히트 상품인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은 <차우> 와 반대의 경우. 아테네서 찍었어야 할 올림픽 핸드볼 본선 장면을 경기 부천시 삼산체육관서 촬영했다.

역시 돈과 효율성이 문제였다. 아테네 체육관의 외관과 배우 문소리의 택시 탑승 장면만 찍으며 제작사가 절감한 제작비는 대략 5,6억원 가량. 정금자 MK픽처스 마케팅 실장은 "아테네 현지선 엑스트라 섭외가 힘들고 스태프도 많이 참여할 수 없다는 점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최적의 촬영지 찾아 3만리

일명 '만주 웨스턴'을 표방하고 나선 김지운 감독의 블록버스터 <좋은 놈, 나쁜 이상한 놈> 은 탁 트인 평원과 황량한 바람, 쪼이듯 내리쬐는 태양을 필름에 품고 있다.

영락없는 만주의 모습이지만 제작진은 옛 만주지역인 지린(吉林)성을 카메라에 담진 않았다. 주 촬영 장소는 중국 간쑤(甘肅)성의 툰황(敦煌)과 자위관. 지린성에서 비행기로 5시간은 족히 걸리는 곳이다.

제작진이 당초 점 찍은 촬영장소는 당연히 지린성. 그러나 영화 도입부를 장식하는 증기기관차 장면을 찍기에 지린성은 너무나 현대화가 됐다. 결국 증기기관차의 모습을 찾아 제작진은 서쪽으로 서쪽으로 이동하며 적합한 촬영지를 훑어나갔다.

네이멍구(內蒙古)성을 지나 도착한 곳이 자위관. 제작사 관계자는 "자위관 주변서 탁 트인 평원을 찾다 보니 툰황도 주 촬영지가 됐다"며 "상상 속의 만주를 필름에 만들어내게 된 셈"이라고 말했다.

7월 개봉 예정인 <님은 먼 곳에> 는 베트남전이 배경이지만 태국서 3개월간 촬영했다. 현장감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제작진이 베트남 헌팅까지 다녀왔으나 결국 촬영장소는 태국으로 낙점됐다. <지옥의 묵시록> 과 <람보> 등 수많은 베트남전 영화를 촬영한 태국 현지 인력의 노하우를 무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베트남 당국의 여러 가지 촬영 규제도 걸림돌이 됐다. 마케팅을 담당한 영화사 아침의 정승혜 대표는 "베트남의 밀림이 생각보다 그럴싸해 보이지 않았다"며 "또 제작과정에서의 의사소통이 중요하다고 판단해 태국을 촬영지로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라제기 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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