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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방송전문가들의 수다로 본 '내 생애 마지막 스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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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방송전문가들의 수다로 본 '내 생애 마지막 스캔들'

입력
2008.04.16 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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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잡는 데 한 달, 키스하는 데 몇 개월. 이 나이에 유치하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내가 꿈꾸는 로맨스를 불륜으로 매도하지 말아줘요.” -정숙(김청) 대사 중에서

드라마 <내 생애 마지막 스캔들> 의 30, 40대 남녀는 결혼을 했건, 안 했건 모두 ‘연애’에 푹 빠져있다. 결혼 10년 차 주부, 톱 스타, 연예기획사 대표로 어느덧 중년의 대열에 들어설 준비를 마쳤지만 이들의 가슴 속엔 아직도 불륜이 아니라 사랑, 스캔들이 아니라 로맨스가 활활 타오르고 있다.

드라마는 주인공 남녀의 러브 라인을 본격화하면서 시청률 상승세를 타고 20%대 진입을 눈 앞에 두고 있다. 트렌디 드라마의 원조 여왕, ‘최진실 향수’를 전면에 내세워 ‘줌마렐라(아줌마 신데렐라)’ 판타지를 성공적으로 그리고 있는 <내 생애 마지막 스캔들> . 드라마의 인기 비결과 한계를 30, 40대 주부와 방송 전문가 3인에게 들어봤다.

-이 드라마가 ‘줌마렐라 드라마’로 인기를 얻는 비결이 뭘까.

허원형(35) 주부=순수하게 사랑 받고 싶은 주부의 마음을 정확하게 짚고 있다. 선희(최진실)는 더 이상 옛날처럼 예쁘지도 않고, 가정 상황은 최악이지만 재빈(정준호)은 이런 선희를 있는 그대로 사랑한다.

서로 어려운 사정을 알면서 달콤한 첫사랑의 기억처럼 티격태격하며 사랑에 빠지는 게 좋다. 아줌마가 돼도 가정 형편이 안 좋아도 누군가에게 사랑 받을 수 있다는 걸 보여줘 주부들을 끌어당긴 것 같다.

정석희(49) 평론가=아줌마의 진짜 로맨스라기보단 순정 만화 같은 판타지로 느껴진다. 선희와 재빈(정준호)의 관계도 육체적인 관계가 거의 배제되고 포옹이나 손을 잡는 정도다. 남자 형제 둘이 좋아하는 삼각관계 설정 역시 만화 <캔디> 와 비슷하다.

안수경(40) 서울YMCA시청자시민운동본부 간사=선희와 재빈은 극에서 마흔을 바라보지만 과거 중년 캐릭터와는 사뭇 다르다. 외모도 젊고 서로 다투고 화해하는 장면에서 봐도 어리고 순수하다. 요즘 30, 40대들의 모습을 반영했다고 본다.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정=사실 작품 후반으로 갈수록 선희의 아줌마 모습이 사라져 아쉽다. 선희가 가사 도우미 일을 자기 멋대로 한다던가 남편과 이혼하고 재빈의 집에 얹혀 살면서 너무 마음 편하게 사는 모습도 비현실적이다.

허=중학생을 키우는 아이 엄마 치곤 선희는 너무 예쁘다. 선희가 재빈에게 게임에서 져서 팔뚝을 맞는 장면이 있는데, 집안일 하는 아줌마들은 그렇게 가녀린 팔을 갖기 힘들다. 선희 캐릭터를 보면 줌마렐라도 예뻐야 가능하지라는 생각도 들어서 씁쓸하다.

-90년대 트렌디 드라마의 히로인 ‘최진실’을 모티브로 한 요소가 적지 않다. 30대를 겨냥한 ‘최진실 추억 팔기’라는 분석도 있는데.

안=연출가의 의도인 것 같다. 트랜디 드라마의 시발이라는 최진실 주연의 <질투> 처럼 카메라가 360도 돌기도 하고, 똑 같은 배경음악을 깔기도 한다. 선희의 몸빼 차림이나 뽀글뽀글 파마, 검은 뿔테 안경 등도 의도적으로 복고 느낌을 강조한 것이다. 30대 이상 주부들에겐 최진실이란 배우가 바로 추억이다. 같이 나이 들어가는 한 여배우를 보며 동시대적 공감을 느낀다.

허=첫 회 추억 회상 장면에서 최진실이 ‘아나 초콜렛’ CF 모델로 나온다. 극 중 인물들이 배우 최진실을 두고 참 예뻤다고 설명하거나 (최진실의 유명한 CF 대사인) ‘남자는 여자하기 나름’이라고 직접 말하는 부분을 볼 땐 옛날 생각이 나서 웃기도 했다.

-싱글맘이라는 최진실의 실제 삶이 주부들에게 연민이나 공감을 이끌어 낸 측면도 있나.

허=남편과 이혼하고 살 집도 없는 선희는 주부로서 최악의 상황이다. 남편에게 배신감을 느끼고 서럽게 우는 장면이 있는데 진짜 같은 느낌이다. 하지만 불행했던 결혼 생활의 기억을 밝게 이겨내는 듯한 캐릭터가 마음에 들었다. 전작 <장밋빛 인생> 때처럼 이혼 당하고, 죽는 우울한 캐릭터였으면 오히려 부담스러웠을 것 같다.

정=가정을 굳게 지키려고 했다가 잃었다는 느낌이 공감대를 형성한다. ‘내가 가정을 그렇게 쉽게 깰 것 같아’라는 드라마 속 대사도 굉장히 리얼했다. 최진실이 실제 겪은 것도 그런 상황이 아니었나.

안=배우들이 아픔을 딛고 새 작품을 택할 때 부정적 이미지를 없애기 위한 작품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최진실은 <장밋빛 인생> 에서 어두운 이미지를 이미 충분히 털어낸 것 같다. 이번 작품에서 귀여운 오버 연기를 매우 잘했는데, 시청자들도 최진실의 사생활보단 연기에 더 주목할 거다.

이현정 기자 agada20@hk.co.kr 강명석 객원기자 lennone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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