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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형 6년만에 3집… 일렉트로닉팝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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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형 6년만에 3집… 일렉트로닉팝 변신

입력
2008.04.16 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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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중반 ‘베이시스’의 이름으로 활동했던 정재형(36)을 기억한다면, 최근 6년 만에 선보인 그의 3집 앨범 <포 재클린ㆍfor jacqueline> 의 정체에 당혹감을 느낄지 모른다.

품위 있게 흐르는 클래식 연주와 정재형의 표현에 의하면 ‘질척이는’ 선율, 그리고 너무나 ‘발라드’ 했던 그의 목소리가 ‘일렉트로닉의 변주’로 탈바꿈했기 때문이다.

무려 9년 동안의 프랑스 유학을 중간정산(공부는 끝났지만, 여전히 학교에 머물렀다는 정재형의 설명에 따른 표현)하고 발표한 앨범에 대해 그는 인터뷰를 하는 동안 두차례나 “칼을 가는 심정으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파리의 고등사법 음악 최고과정을 졸업할 정도로 내공이 쌓인 그가, 척박한 한국의 대중음악계에 내놓은 앨범이 결코 가벼워선 안 된다는 생각이 스스로 최선으로 몰아세웠다는 뜻이다.

영화 <오로라공주> <중독> <미스터 로빈꼬시기>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있습니까> 등의 음악가로도 이름을 날린 그에겐 오랜만의 앨범에 공을 들일 수밖에 없는 이유가 충분했다.

<포 재클린> 은 정재형 특유의 비장미가 줄어든 대신 일렉트로닉 비트와 노이즈가 귀에 감기는 멜로디와 잘 어울리는 곡들로 이뤄졌다. 2000년대 초 윤상의 앨범에서 감지됐던 전자음의 세련미도 느껴진다.

“베이시스의 굉장히 클래식한 음악을 즐겼던 팬이라면 일렉트로니카의 색감이 도는 이번 앨범이 엄청난 좌표이동으로 느껴질 겁니다. 하지만 여러 영화음악과 2집의 ‘진주귀고리를 한 처녀’ 등 그동안 저의 궤적을 지켜본 팬들에겐 그렇게 색다르진 않을 거예요.”

보사노바풍의 첫곡 ‘지붕 위의 고양이‘는 세계적인 모델 장윤주가 피처링했고, 기타는 현재 대중음악무대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운 롤러코스터의 이상순이 맡았다.

류이치 사카모토의 스태프인 아오키 타카마사가 프로그래밍에 참여했다. 클래식을 전공한 작곡가, 일렉트로니카의 귀재들, 그리고 색다른 객원가수의 앙상블은 실험적이지만 도발적이지 않은 앨범을 가능케 했다. 정재형을 둘러싼 범상치 않은 음악적 인맥이 궁금했다.

“윤주가 스스로 곡도 쓰고, 정말 노래를 잘해요. 예전에 윤주의 데모곡을 들어본 적이 있는데, 이번 곡을 쓰면서 퍼뜩 윤주의 목소리가 떠올라서 듀엣을 맡겼어요. 상순이는 다른 롤러코스터 멤버들처럼 전부터 친했고요. 파리와 가까운 네덜란드에서 유학하고 있어서 제 집에서 함께 머물며 녹음하는 게 편했죠.”

그는 마치 6년의 침묵(엄밀히 말하면 영화음악을 만들었기에 공백은 아니다)을 한 번에 털어버리듯, 앨범에 이어 에세이집 <파리토크> 를 내놓는다. 벌써 최종교정을 봤으니 이달 중순 정도면 서점에 깔린다.

“유학하면서 파리 생활을 단편적으로 적은 원고를 잡지사에 기고한 적이 있어요. 그냥 푹 삭히고 있으려 했는데, 출판사에서 먼저 연락이 와서 그동안 찍어놓은 사진과 함께 엮어서 만들게 됐어요. 열쇠를 잃어버리고 수백만원을 지불했던 얘기, 왜 그토록 저의 음악과 엄정화씨가 연관이 있는지에 대한 해답 등이 담겨 있어요. 하하.”

장래가 유망한 영화음악가, 그리고 클래식 작곡가로 남을 수 있지만 그는 수년 만에 가요계로 돌아왔다. 왜일까.

“전 경계에 서 있는 사람인가 봐요. 메이저인 것 같지만 마이너인 듯도 하고, 클래식을 했지만, 영화음악을 하고…. 그런데 메니저가 있는 가수라는 복잡한 정체. 어쨌든 발라드 가수로 음악을 하면서 저를 기억하는 팬들의 추억에 기대어 살고 싶지는 않았어요. 옛사람이 아닌, 지금을 고민하는 음악인이 되기 위해 일렉트로닉으로의 이동을 시도했죠.”

양홍주 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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