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특별검사팀이 5일 이건희(66) 삼성그룹 회장에 대한 소환 조사까지 마침에 따라 삼성에 대한 특검 수사가 마무리 수순으로 접어들고 있다. 특검팀은 2차 수사 만료기한(8일)까지 수사를 종결짓고 관련자 사법처리 범위 등에 대한 검토에 착수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 특검 관계자는 “이 회장의 재소환은 없을 것”이라고 말해 삼성 관계자 중 어느 선까지 사법처리가 이뤄질 지 주목된다. 특검팀은 수사기한을 23일까지 연장한 상태로, 이명박 대통령의 해외순방(15~21일)을 변수로 놓고 조사발표 시점을 저울질 하고 있다.
■ 이 회장 불구속 기소로 가닥
특검팀은 5일과 6일 이 회장에 대한 조사결과를 토대로 ▦비자금 조성 ▦불법 경영권 승계 ▦정ㆍ관계 불법 로비 등 3대 의혹과 관련해 사법처리 대상자를 선정하고 적용 법리를 검토했다. 이 회장에 대해서는 에버랜드 전환사채(CB) 헐값 발행 사건과 관련해 배임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점쳐지고 있다.
이 회장은 특검 조사후 에버랜드 CB 헐값 발행을 “지시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지만, 그룹 총수로서 자신의 회사 경영권이 넘어가는 과정을 모를 리 없으며 최소한 묵인했을 것이라는 게 특검팀의 판단이다. 기존 검찰 수사자료와 함께 이학수 전략기획실(옛 구조조정본부) 부회장과 김인주 사장 등 사건 관계자 진술로 공소유지에도 문제가 없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특검팀은 또 계열사 전ㆍ현직 임직원 명의로 된 차명계좌 및 차명주식과 관련, 이 회장에게 횡령 및 조세포탈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지 검토 중이다. 특검팀은 일부 차명계좌의 돈을 계열사 자금으로 파악했지만 이 회장과의 직접적 연관성을 찾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상속ㆍ증여 관련 혐의는 공소시효가 지나 난관에 봉착한 상태다. 이 회장이 “100%는 아니고 건수에 따라” 일부 혐의를 시인한 대목 역시 사법처리가 어려운 차명재산 관련일 것이라는 관측이다.
■ 이학수 부회장 처리도 안갯속
‘삼성의 2인자’ 이 부회장은 에버랜드 CB 헐값 발행과 함께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 저가 발행 사건과 관련해 사법처리가 검토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사건 당시 그룹회장 비서실 차장과 해당 회사 감사로 재직해 유가증권 발행의 실질적 책임자로 지목되고 있다. 특검팀은 이 부회장의 두 가지 혐의를 전부 인정해 기소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구속영장 청구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한편 삼성화재가 고객에게 지급할 미지급 보험금을 빼돌려 수억 원의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은 삼성화재 관계자를 처벌하는 선에서 마무리될 전망이다. 특검팀은 불투명한 자금이 조성되긴 했지만, 전략기획실이나 삼성증권 차명계좌 등에 흘러간 정황은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때문에 특검팀은 삼성화재 임ㆍ직원 중 일부를 횡령, 증거인멸 등 혐의로 기소할 것으로 알려졌다.
박상진 기자 oko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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