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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경찰에 치안 맡기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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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경찰에 치안 맡기려니…

입력
2008.04.16 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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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의 근무기강 해이가 도를 넘고 있다. 현행범으로 붙잡은 범죄 용의자를 경찰서에서 놓치고도 이를 은폐하려는가 하면 시민 신고를 받고도 늑장 출동해 범인을 놓치는 일이 벌어졌다. 한 전경은 선임 대원들이 자신을 괴롭힌다며 마을버스 운전사를 위협해 버스를 방송국으로 돌진시키기도 했다.

일산 초등생 납치미수 사건에서 ‘대통령이 나서야 경찰이 움직인다’는 여론의 질타를 받고, 어청수 경찰청장이 일선서와 지구대를 직접 방문하는 등 고삐를 죄는데도 일선의 기강해이가 계속되자 ‘특단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지난 5일 새벽 술에 잔뜩 취한 서울 기동대 소속 전경 A(22)씨가 마을버스를 몰던 운전기사를 흉기로 위협, 버스를 방송국으로 돌진하도록 한 사건이 발생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나를 괴롭힌 선임 대원들의 이름을 언론에 공개하려고 범행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혐의로 6일 구속됐다. 이번 사건은 경찰 전반의 기강 해이가 의무복무 인력인 전·의경에게도 퍼져 있음을 여실히 드러내 주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4일 밤 경기 성남 분당에선 경찰 지구대에서 600m 거리인 제과점에서 위조수표 사용 신고가 들어왔으나, 경찰이 30분 후에야 뒤늦게 현장에 도착하는 바람에 용의자를 놓치고 말았다. 사건을 신고한 시민은 “신고 당시 지구대측으로부터 ‘지금 너무 일이 많다. 줄 서서 기다리라’는 답을 들었고 한참이 지나서야 경찰이 왔다”고 말했다.

이보다 10여일 앞선 지난달 18일에는 서울 강남경찰서 압구정 지구대 경찰관 2명이 본드를 흡입하는 정모(31)씨를 현행범으로 붙잡아 강남서까지 데려갔지만, 정씨는 담배를 피우는 척하다가 그대로 달아났다. 지구대 경찰과 강남서 상황실 근무자는 이 사실을 상부에 보고하지 않았으나, 정씨가 엿새 뒤인 24일 다른 범행으로 성동경찰서에 붙잡혀 조사를 받던 도중 이같은 사실이 들통났다.

서울 강서구에 사는 강모(44)씨는 “최근 아동 성폭행이나 납치사건 등 흉악범죄에 대한 경찰의 대처행태를 보면서 치안에 대한 불안을 느끼는 시민들이 많다”며 “그동안 흉악범죄가 적었던 것이 아니라 사건이 제대로 경찰에 접수되거나 수사되지 않았다는 의심이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 지휘부는 경찰서·지구대별 상황과 실적을 반영한 근무체제 변경 등 근무기강 확립을 위한 대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태무 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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