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진작을 위한 추경(추가경정예산) 편성 여부를 두고 당ㆍ정의 대립이 첨예하다. 강만수 기획재정부장관이 15일 “재정이 민간 부문을 위축시켜야 되겠느냐”며 추경 편성 필요성을 주장하고 나선 반면, 이한구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은 “재정 지출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내수 진작을 해서는 안 된다”고 못박았다. 오는 18일 당ㆍ정ㆍ청 협의가 예정돼 있지만, 조율점을 찾을지 주목된다.
강만수 기획재정부장관은 15일 내수 진작을 위한 추경 편성의 당위성을 역설했다. 소득세율 인하, 상속세 및 기업용 부동산 세금 완화 등 적극적인 감세 방침도 밝혔다.
강 장관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과거에 세계잉여금(쓰고 남은 세금)이 생겨본 적도 없고, 재정이 민간 부문을 압박한 경우도 없었다”며 “정부가 민간을 위축시키지 않도록 중립적인 정책을 펴야 한다”고 밝혔다.
강 장관은 이어 “일부에서는 추경 편성을 통해 세계잉여금을 경기 활성화에 쓰는 것에 대해 인위적 경기 부양이라고 지적하지만 과거처럼 채권을 발행해서 경기를 부양하는 것이 아니다”며 “정부가 쥐고 있는 여유자금을 쓰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당과의 협의 여부에 대해 “어제 이한구 정책위의장을 만나 충분히 경위를 설명했고, (이 의장도) 양해를 했다”며 “당ㆍ정ㆍ청 협의에서 추경 규모와 용도를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강 장관은 감세 정책과 관련, “소득세는 재정 여건을 봐서 할 수 있다면 낮추겠다는 입장”이라며 “현 근로소득세는 세금을 내지 않는 사람이 절반에 달하기 때문에 면세점을 더 높이지 않고 세율만 적절히 조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그는 상속세 완화와 관련, “상속세를 완전히 폐지한다는 것은 오해”라며 “상속세를 합리적으로 받아서 자본의 해외 도피를 막고 합리적인 민간 투자 활동을 촉진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업용 부동산 세금도 대외 경쟁력, 서비스산업 경쟁력을 고려해 (인하를)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경기 부양에 따른 물가 부작용 우려는 심각하지 않다고 일축했다. “직장을 잃는 것이 좋으냐, 월급에 비해 물가가 많이 올라서 용돈이 줄어드는 게 바람직하냐 하는 선택의 문제”라고 표현했다. 서민들이 직장을 잃는 것보다 다소 물가 고통을 감수하는 게 더 낫다는 얘기다.
올해 성장률에 대해서는 우울하게 내다봤다. 그는 “올 초 6% 성장을 말했지만 이후 세계 경제 전망이 하향 조정되고 있고 우리도 6% 성장은 어렵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 이한구 정책위의장 "돈 남아도 더 써선 안돼"
한나라당은 15일 경기 부양을 위해 추가경정 예산 편성 추진을 적극 검토하겠다는 정부 입장에 대해 "현행 국가재정법상 추경 편성이 불가능한 상황이고, 또 그런 식으로 내수를 진작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한구 정책위의장은 "세출은 딱 얼마를 쓰라고 정해 놓은 것이므로 예산 중 (세계잉여금 항목 등에서) 아무리 돈이 남아도 한 푼이라도 더 써선 안 된다"고 못박았다. 이 의장은 또 "세출 규모를 늘리고 재정 지출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내수 진작을 꾀하는 것에도 동의하지 않는다"며 "정해진 예산 규모 안에서 다른 지출을 줄여 새롭게 사업을 추진, 경기를 부양하는 방식은 몰라도 예산 자체를 증가시켜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 의장은 "국가재정법에 매우 제한된 조건이 아니면 추경을 편성할 수 없게 돼 있다"면서 "그렇다고 추경 편성을 위해 국가재정법을 개정하는 것에도 동의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2006년 국회를 통과한 국가재정법에 따르면 전쟁이나 대규모 자연재해가 발생한 경우, 경기 침체나 대량 실업 등 대내ㆍ외 여건에 중대한 변화가 발생했거나 그럴 우려가 있는 경우, 법령에 따라 국가가 지급해야 하는 지출이 발생하거나 증가하는 경우 등에 한해 추경을 편성할 수 있다.
이영태 기자 ytlee@hk.co.kr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 인터넷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터넷한국일보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인터넷한국일보는>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