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을 대표하는 할인판매점 100엔숍, 99엔숍이 잇따른 물가 상승에 두 손을 들었다. 원유가와 수입산 밀 가격 상승을 견디지 못해 세계적인 브랜드가 된 ‘100엔’ 정책을 포기하는 점포까지 나왔다.
6일 요미우리(讀賣)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일본 국내에서만 2,500개의 점포를 운영하고 있는 100엔숍의 대명사 다이소(DAISO)가 최근 일부 상품의 품질을 향상시키면서 150엔이나 200엔으로 가격을 올렸다.
취급 상품만 9만개에 이르는 다이소 관계자는 “유가 상승으로 플라스틱 제품이나 수송비가 많이 드는 대형 물품을 기존 가격으로 팔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중국의 인건비 상승도 부담이 돼 최근 생산 거점을 중국뿐 아니라 수십 개 국가로 분산시키고 있다”고 덧붙였다.
100엔숍보다 1엔 더 싸게 판다는 전략으로 자리잡은 99엔숍도 소비자 물가 상승에 힘겨워하기는 마찬가지다. 99엔숍은 특히 100엔숍보다 식재료를 값싸고 다양하게 판매한다는 전략으로 차별화에 성공했기 때문에 부담이 더하다. 이달 들어 밀의 도매가격이 30% 오른 것을 비롯해 간장이 10~17%, 우유 3.3~10%, 맥주 3~5% 등 생활필수품 가격이 줄줄이 올랐기 때문이다.
99엔숍은 점포마다 ‘원료값 상승에 지지 않습니다’는 포스터를 내걸고 가격을 올리지 않겠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실은 지난해 가을부터 가격 압박을 해소하기 위해 일부 제품의 양을 줄였다. 가격은 그대로 두되 자사브랜드(PB)상품 중 밀가루는 기존의 1㎏에서 700g으로, 마요네즈는 300g에서 250g으로 양을 줄였다. 사실상 가격을 올린 셈이다.
99엔숍 관계자는 “물가가 오르면서 저가를 고수하는 빵이나 면류의 판매가 늘고 있긴 하지만 계속 이 같은 가격를 유지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1931년 다카시마야(高島屋)가 만든 ‘10전 스토어’를 시작으로 일본 서민들의 사랑을 받아온 균일염가 판매점도 세계 경제의 파고에 흔들리고 있다고 이 신문은 지적했다.
도쿄=김범수 특파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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