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과 통합민주당은 4월 임시국회를 '민생 국회'라 이름 붙였다. 양당은 미성년자 범죄피해 방지법(혜진ㆍ예슬법)과 물가 안정 관련법 등 민생 법안의 우선 처리를 공언하고 있다. 하지만 막상 국회가 열리면 격한 대립이 전개될 공산이 크다. 어디까지가 '민생을 살리는 법'이냐에 대한 시각차가 크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경제를 살려야 민생이 산다"며 기업규제 완화법안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처리를 주장하고 있는 반면 통합민주당은 "재벌을 위한 법안들은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며 반대한다. 더욱이 이번 임시국회는 18대 국회 개원을 앞둔 전초전 성격도 있어 힘 겨루기만 하다 별 성과 없이 끝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 한나라당 "FTA 비준안·규제완화 포함 모두 논의"
한나라당은 일반 민생 법안들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기업규제 완화 관련 법안 등을 연계해 패키지로 처리하고 싶어한다. “민생 법안만 따로 떼어 처리하는 것엔 반대한다. 모든 상임위를 열어 모든 법안과 안건을 논의해야 한다”(김정훈 원내 공보부대표)는 것이다.
하지만 4월 임시국회까지는 통합민주당이 제1당이라 쟁점 법안을 밀어붙이기엔 힘이 딸린다. 그래서 한나라당은 과반의석의 제1당이 되는 18대 국회를 앞두고 야권이 반대하는 쟁점 법안들을 상임위에 상정, 논의해보는 것을 현실적 목표로 잡았다.
다만 한미 FTA 비준안은 이번 국회에서 처리하기 위해 최대한 힘을 쏟기로 했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표 대결도 각오하고 있다. 민주당에도 찬성 표가 많아 표결하면 통과되리라 본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4월 중 FTA 종합 대책을 내놓기로 하는 등 여론전에도 대비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이명박 대통령이 주문한 규제완화에 대해서도 ‘경제 살리기’ 명분을 내세워 야권을 압박하고 있다. “기업 규제를 완화해야 경제가 살아나고 민생도 살아난다”는 논리다. 출자총액제한제 폐지를 골자로 한 공정거래법 개정안, 금산분리 완화 관련 법안, 적대적 인수ㆍ합병 방지를 위한 상법 개정안, 중소기업협동조합법, 지방투자촉진특별법 등이 한나라당의 우선 처리대상 법안이다.
또한 민생법안 중에선 미성년자 범죄피해 방지법(혜진ㆍ예슬법)과 전자발찌 의무화법, 식품안전 기본법, 낙후지역 개발촉진법 등이 우선 처리 대상이다. 민주당이 주장하는 대학등록금 상한제 관련법에 대해선 “문제 있는 부분은 수정해 처리한다”(이한구 정책위의장)는 입장이다.
최문선 기자 moonsun@hk.co.kr
■ 통합민주당 "등록금 상한제·아동보호특별법 등 우선"
통합민주당은 민생 문제에 집중하는 한편 거여(巨與)에 일방적으로 끌려다니지 않고 견제야당 역할을 제대로 하겠다는 방침이다.
요약하면 '투 트랙(two track)' 전략이다. 시급한 민생법안은 우선 처리하는 대신 한미 FTA 비준안이나 대기업 규제완화 법안들은 18대 국회로 넘겨 심도있게 논의하자는 것이다. 충분한 보완대책이 마련되지 않은 한미 FTA 비준안이나 친재벌적 대기업 규제완화는 시급을 다투는 문제가 아니라고 보기 때문이다. 여기엔 이명박 정부를 '1% 특권층 대변자'로 몰아가려는 전략도 깔려있다.
민주당이 중점을 두는 민생법안은 등록금 인상률이 과거 3년간 물가상승률의 5배를 넘지 못하도록 하는 등록금 상한제, 유류세 추가 인하 등 서민물가안정 관련 법안,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 한미 FTA 피해분야 보완 대책, 아동보호특별법 등이다. 특히 '1,000만원 등록금'을 둘러싼 학부모와 학생들의 부담을 감안, 등록금 상한제 도입에 최우선 순위를 둘 계획이다. 한나라당이 처리를 요구하는 민생법안에도 적극 협조할 방침이다.
민주당은 그러나 한미 FTA 비준안이나 출총제 폐지, 금산분리 완화 등 몇몇 현안에 대해선 단호하게 선을 긋고 있다. FTA 비준안의 경우 국내 산업과 농업분야의 피해대책과 경쟁력 강화 대책부터 마련할 것을 주장한다. 출총제 폐지나 금산분리 완화의 경우 "경제의 풀뿌리인 중소기업의 경쟁력 강화와 보호대책은 외면한 채 철저히 재벌의 이해만 반영하고 있다"며 부정적이다. 내수 진작을 위한 추경예산 편성에 대해서도 "성장률 6% 달성만을 의식해 과도하게 부양책을 쓰는 건 위험하다"며 반대하고 있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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