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총선 투표일을 사흘 앞둔 6일 서울 길음 뉴타운 인근 강북구 미아 1동. 각 후보들이 경쟁적으로 뉴타운 추가 지정을 내세우면서 최근 한달 새 미아동 SK아파트의 매매가격이 2,000만~3,000만원 상승했고, 인근 빌라와 단독주택 가격은 지난 연말에 비해 2배나 치솟았다. 이곳에서 부동산 중개업을 하는 이모씨는 “뉴타운 공약에 따른 기대 심리로 집값이 천정부지로 오르면서 거래가 끊긴 상태”라고 하소연했다.
#2. 서울의 대표적인 노후주택 밀집지역인 강서구 화곡동의 빌라와 다세대 가구는 요즘 ‘금값’이 됐다. 총선 후보들이 4차 뉴타운 후보지로 거론되던 이곳에 “뉴타운 지정을 확정짓겠다”고 공언하면서 일주일도 안돼 대지 지분이 3.3㎡(1평)당 300만~500만원 뛰었다. 이 지역에서 13년간 부동산 중개업을 해온 김모 사장은 “서울시가 뉴타운 추가 지정은 없다고 한 만큼 지켜보자고 해도 묻지마 식으로 투자하는 사람이 많다”며 “뉴타운 지정이 되지 않으면 피해자가 속출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총선 후보들의 막가파식 ‘뉴타운 공약’으로 서울 부동산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표심을 잡기 위해 저마다 ‘뉴타운 조기 착수와 추가 지정’ 공약을 내세우면서 개발 기대감을 부추기고 있기 때문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공개한 각 후보 공약집에 따르면 서울 48개 선거구 중 뉴타운 관련 공약을 낸 지역구가 29개에 이른다. 특히 최근 집값 상승의 주범으로 떠오른 강북지역에선 총 26개 지역구 중 16개에서 뉴타운 조기 추진과 확대, 뉴타운 추가 지정이 공약으로 나와 사실상 강북 전역이 뉴타운 개발 이슈로 들끓고 있다.
이 같은 뉴타운 공약은 곧바로 ‘규제 완화’라는 부동산 시장의 뇌관을 건드리며 집값 폭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부동산114 조사에 따르면 지난 주 서울 아파트값 변동률은 0.13%로, 지난해 1월 초(0.15%) 이후 1년 3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뛰었다.
김근태 통합민주당 후보와 신지호 한나라당 후보가 뉴타운 추가 지정을 공약한 도봉구 창2, 3동 일대는 3.3㎡당 1,800만원이던 연립주택 대지지분이 불과 보름 새 2,000만원 이상으로 뛰었지만 매물을 찾기 어려운 실정이다. 정몽준 한나라당 최고위원과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이 맞붙은 서울 동작구 사당동도 지난해 말 3.3㎡당 1,800만~2,000만원이던 다세대 지분이 최고 3,000만원을 호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총선 뉴타운 공약이 ‘공약(空約)’으로 끝날 가능성이 더 큰 만큼 신중한 투자를 주문하고 있다. 뉴타운 지정 권한이 있는 서울시는 지금까지 3차에 걸쳐 26개 지역에 뉴타운 개발을 확정지었다. 기존 뉴타운 개발 속도와 부동산 시장 상황에 따라 4차 뉴타운 지역을 지정할 수 있다고 했지만, 3차 뉴타운 11곳 중 6곳이 아직까지 구체적인 개발계획조차 못 잡은 상태여서 현재로선 추가 지정이 쉽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함영진 부동산써브 실장은 “뉴타운 지정의 경우 서울시 정책을 확인해야 하는 만큼 후보자들 공약만 믿고 덤벼들었다가는 막대한 손해를 입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손재언 기자 chinason@hk.co.kr홍기헌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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