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차기 당권 구도가 조금씩 밑그림을 잡아가고 있다. 기본구도는 주류인 이명박 대통령 측과 비주류인 박근혜 전 대표 측의 싸움이다. 2006년 각각 이재오 의원과 강재섭 의원을 대표 선수로 내세우면서 맞붙었던 양측이 2년 만에 리턴매치를 벌이는 셈이다.
상황은 많이 달라졌다. 주류와 비주류의 입장이 뒤바뀌었고, 총선 이후 당내 세력 구도도 이 대통령 측에 많이 유리해졌다. 의원 수에서 일단 압도적이다. 이는 투표권을 가진 당원ㆍ대의원의 세력 구도와 연결된다.
문제는 주류 측이 마땅히 내세울 대표선수가 없다는 점이다. 너도 나도 자원은 하는데 눈에 차는 인물이 없다. 이재오 의원의 공백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정몽준 의원의 경우 대중성을 갖췄고, 이번 총선 승리로 주가를 높였다. 하지만 몇몇 약점이 눈에 거슬린다. 당장 대표 경선전이 붙으면 “현대그룹 출신이 대통령에다 여당 대표까지 하느냐” “2002년 한나라당에 대선 패배를 안긴 장본인이 어떻게 당 대표가 되느냐”는 공격이 들어올 가능성이 크다.
화합형으로 꼽히는 5선의 김형오 의원도 유력한 후보지만 이미 국회의장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는 이야기가 있다. 4선 홍준표 의원 역시 대중성에 박 전 대표 측과의 원만한 관계가 강점이지만 저격수 이미지가 강하다.
개혁 소장파도 명함을 내밀고 있다. 4선이 되면서 ‘소장파’라는 호칭이 무색해진 남경필 의원이 대표적이다. 당내 현안에서 친이 경향의 목소리를 내면서 이 대통령과 코드 맞추기를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너무 가볍다”는 평가를 받는 게 부담이다. 박진 임태희 의원도 후보로 거론된다. 고만고만하다. 이상득 부의장이 누구 손을 들어주느냐에 달렸다는 관측도 나온다.어쨌든 주류 측으로선 고민이 깊다.
물론 비주류라고 해서 내세울 인물이 많은 것은 아니다. 박 전 대표가 직접 출마한다면 모르지만 그렇지 않다면 내세울 인물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박 전 대표가 직접 나서는 방안도 비중 있게 검토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 경우 승부에 대한 부담감이 큰 것도 사실이고,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내부 반대도 만만찮다.
홍사덕 전 국회부의장, 서청원 전 대표, 김무성 의원 등의 이름이 나오지만 어디까지나 복당이 되고 나서의 일이다. 주류-비주류의 양쪽 모두에서 적당한 후보가 없다 보니 7월에 이-박 연대의 그림이 그려질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 대통령의 당내 창구라 할 수 있는 이 부의장이 나서서 박 전 대표 측과 교감 하에 차기 당권을 화합형 인사로 세우는 시나리오다. 아예 박 전 대표를 차기 당권자로 추대할 수 있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이동훈 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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