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71)가 1994년, 2001년에 이어 이탈리아 역사상 최초로 세번째 총리직을 거머쥐었다.
13, 14일 실시된 이탈리아 총선에서 베를루스코니가 이끄는 우파연합은 상ㆍ하원에서 모두 47%를 획득, 38%를 얻은 발터 벨트로니 전 로마시장의 중도좌파 민주당에 승리했다고 BBC가 15일 보도했다. 경제가 화두였던 이번 선거에서 중도좌파 정부가 여론의 지지를 잃고 우파가 승리한 것은 경제난에 시달린 유권자들이 베를루스코니를 ‘부패한 정치가’가 아닌 ‘성공한 최고경영자(CEO)’로 더 높이 평가한 결과로 분석된다.
베를루스코니의 컴백은 예견됐다. 2006년 당시 총리였던 베를루스코니를 물리치고 정권을 잡은 중도좌파의 로마노 프로디 정부는 각료들의 부패와 경제 정책 실패로 일찌감치 국민의 신임을 잃었다. 10여개 정파로 얽혀 있는 프로디 정부는 집권 2년 내내 지도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갈팡질팡했다. ‘마피아와 결탁한 정치인’이라는 수식어가 말해주듯 베를루스코니의 오점도 적지 않지만 유권자들은 그를 파산 직전의 국가 경제를 회생시킬 수 있는 인물로 인정했다.
베를루스코니 정부의 앞날은 순탄하지 않다. BBC에 따르면 국민 대부분은 사분오열을 거듭하는 정치권에 대한 불신으로 차기 정부가 단기간에 경제를 회복시킬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다.
유럽 4위의 경제 규모를 자랑하는 이탈리아는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최근 13년 동안 유럽연합(EU)의 평균치를 밑돌고 있고, 재정적자가 확대되면서 소비자 신뢰지수도 4년 사이 최저로 하락한 상태.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이 발표한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이탈리아는 선진국 상위 20개국 중 성장이 가장 느릴 것으로 평가됐다. 전세계적 경기 침체도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만성적인 경제난 외에도 이탈리아 항공사 알리탈리아의 회생, 나폴리의 쓰레기 처리 문제, 낙태 및 동성 혼인 등이 베를루스코니 정부가 해결해야 할 문제다. 또 2차대전 이후 62번이나 정권이 바뀐 이탈리아의 정정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선거법 개정도 현안이다. 완전 비례대표제를 따르는 이탈리아 선거법은 다수당이 소수정파와 연합하지 않고는 단독 정부를 구성하기 힘들어 정부의 효율적인 정책 추진에 걸림돌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김회경 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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