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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째 교사·감독 이중생활…독립영화계 기대주 안슬기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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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째 교사·감독 이중생활…독립영화계 기대주 안슬기 감독

입력
2008.04.16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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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 인터뷰 하는 동안 "민망하다"는 말을 연발하며 부끄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충무로의 스타 감독은 아닐지언정 2005년 첫 장편 <다섯은 너무 많아> 의 프랑스 리옹아시안영화제 경쟁부문 대상 수상 등으로 독립영화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유명인사' 치고는 지나치다 싶게 낯을 가렸다.

교사라는 본업 때문일까. 두 번째 장편 <나의 노래는> 의 개봉(24일)을 앞둔 안슬기(38) 감독은 그에게 비쳐지는 스포트라이트가 여전히 부담스러운 듯했다.

안 감독은 10년 가까이 이중생활을 하고 있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학기 중에는 교편을 잡으며 방학 때는 메가폰을 쥔다. 그의 원래 담당과목은 수학. 그러나 지난해부터 그는 서울산업정보학교로 옮겨 영화영상과 학생 22명을 가르치고 있다. 영화에 빠져 살다 보니 "아예 영화에 관한 수업을 하는 게 어떠냐"는 학교측의 제의를 받고 자리를 옮긴 것이다.

전업 감독을 할까 하는 욕심도 있지만 사실 교사라는 직업은 그에게 제작비를 지원해주는 든든한 후원자다. 1999년 첫 단편 <고지식한 자판기> (제작비 400만원)로 영화 맛에 단단히 빠져든 뒤 그가 쏟아 부은 돈은 1억1,000만원 가량. 재원 대부분은 은행 신용대출이다. 교사라는 신용도 높은 직업 덕을 많이 본 것이다.

<나의 노래는> 도 상업영화에 비교하기조차 민망할 만큼 덩치가 작다. 제작비는 1,500만원. 역시 은행이 의도치 않게 주요 '투자자' 노릇을 했다. 촬영기간은 15일. 시간과 돈을 아끼기 위해 배우와 스태프 대부분이 합숙을 했다.

영화는 청소년과 어른의 문턱에 선 스무 살의 '철가방' 희철의 잿빛 삶을 통해 이 시대 그늘 진 청춘들의 아픔과 그들의 어렴풋한 희망을 투영한다. "만사 제치고 랩에 빠져드는 주변 아이들을 보며 '저 아이는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라는 단순한 호기심에서 출발한 영화"다.

무릇 열악한 독립영화 제작 환경이 그러려니 치부하면서도 아쉬움은 남는다. "영화 속 밤 장면은 새벽에 찍어야 통제가 가능한데 기자재 문제 때문에 밤에 촬영했습니다. 영화와 무관하게 'ОО야! 들어와 밥 먹어라' 등등 외부 소음이 들어갈 수 밖에 없었죠."

충무로의 전문 스태프와 일하며 때깔 좋은 작품을 만들고 싶은 욕심이 왜 없으랴. "하지만 충무로서 영화를 만들려면 아주 많이 기다려야겠죠. 제 이야기도 제대로 할 수도 없을 거구요. 독립영화는 세밀함이 떨어져도 제가 하고싶은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습니다."

안 감독의 세 번째 장편 <지구에서 사는 법> 은 후반 작업 중. 영화진흥위원회 지원금 2억원을 포함, 3억5,000만원의 제작비가 든 '대작'이다. 7월 이후 개봉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해 2편의 장편을 개봉 시키는 호사를 누리는 셈. 그래도 그는 덤덤하다. "여건 닿는 대로 영화 찍는다는 것 외에 특별한 목표는 없어요. 이렇게 살다 보면 앞으로 10편은 더 찍을 수 있지 않겠어요?"

라제기 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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