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의 은평뉴타운 건설 현장 방문, 청와대 행정관의 무소속 후보 비판 글 게재 등으로 관권선거 논란이 총선 막판 최대 이슈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5일 경기 파주시 도라산 민간인통제선 내 평화공원에서 열린 식목행사에 참석한 뒤 측근인 이재오 의원의 지역구에 있는 은평뉴타운 건설 현장을 깜짝 방문, 노숙자 출신 근로자 6명을 격려했다.
이에 대해 통합민주당은 공직선거법과 국가공무원법상 공무원의 선거중립 의무를 위반했다며 중앙선관위에 조사를 의뢰하는 등 대대적인 쟁점화에 나섰다
손학규 대표는 6일 중앙선대위 회의에서 "정권 2인자가 패색이 짙어지자 이 대통령이 직접 나선 것"이라며 "이 대통령과 정부는 선거개입과 관권선거를 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그는 이를 1960년대 말 총선에서 박정희 대통령이 김대중 후보를 떨어뜨리기 위해 목포로 내려가 국무회의를 주재했던 일에 비유했다. 차영 대변인도 "대통령이 진두지휘하는 '이명박 선거'"라며 "식수행사 참석자들이 한나라당 상징색인 파란모자와 유니폼을 입은 점도 수상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선거법 위반은 선거운동 목적으로 지속적으로 특정지역을 방문해 지지를 호소하거나 선거 관계자를 만나 격려하고 선거 관련활동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며 "이번 사례는 이와는 다르다"고 밝혔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도 "뉴타운사업을 통한 노숙인 자활사업은 대통령이 서울시장 때부터 추진한 사업이어서 관심을 표명한 것일 뿐"이라며 "선관위도 선거법 위반이 아니라고 했다"고 일축했다.
그러나 청와대 최모 행정관이 서울 강남갑에서 한나라당 이종구 의원과 경쟁하는 무소속 서상목 전 의원을 비판하는 글을 인터넷에 올린 사실이 밝혀지면서 관건선거 시비는 계속 확산되는 분위기다.
서 후보 측은 5일 "3일 밤 우리 홈페이지에 종부세 폐지 공약을 비하하고 한나라당 이 후보를 지지하는 A4 5장 분량의 글이 떠 확인한 결과, 출처가 청와대 비서실이었다"며 서울 강남경찰서에 수사 의뢰했다. 청와대는 이 후보의 보좌관 출신으로 알려진 최 행정관이 글을 쓴 것으로 확인하고 직위해제했다.
이 대통령이 5일 경기 이천시 호법면의 선산을 방문해 이천ㆍ여주에 출마한 이범관 한나라당 후보를 직접 만난 것도 논란이 되고 있다.
이 후보는 이날 오후 4시 여주읍 유세에서 "오늘 대통령을 만나 제가 당선돼 상수원보호구역을 북쪽으로 이전하고 이천ㆍ여주에 대한 규제를 푸는 특별법을 발의할 경우 적극 지지하시겠다는 확답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 대구ㆍ경북 선대위원장인 안택수 의원이 4일 기자회견을 통해 "대구 달성군 일대 990만㎡(300만평) 규모의 국가산업단지에 초대형 기업 2, 3개를 유치키로 정부와 한나라당이 협의했다"며 당정협의 사실을 밝힌 것도 뜨거운 감자다. 대구지역 관련 공약이 청와대와의 사전협의를 거쳐 나오고 있는 것으로 해석됐기 때문이다.
장ㆍ차관들이 인천 해양항만청을 방문해 인천신항 건설의 추진을 약속한 것도 계속 문제가 되고 있다. 고현철 선관위원장은 4일 총리에게 협조요청 공문을 보내 "여당후보 지원을 위한 선거용 발언이 아니냐는 논란이 제기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야권의 공세에 대해 한나라당 조윤선 대변인은 "대통령의 일거수 일투족을 정치쟁점화하는 것이 개탄스럽다. 대통령이나 지방자치단체장들은 선거기간 '올 스톱'하고 아무것도 하지 말란 말이냐"고 대응했다.
박석원 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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