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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찾사 前멤버의 ‘트로트 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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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찾사 前멤버의 ‘트로트 외도'

입력
2008.04.16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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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트요? 민중가요와 크게 다른 게 없어요."

1980, 90년대 민주화 투쟁의 맨 앞줄에 선 '노래를 찾는 사람들'의 멤버였던 김정연(사진ㆍ39). 95년까지 활동하며 '광야에서' '사계' 등을 부르고 앨범 <닫힌 교문을 열고> 에 참여했던 그가 무대에서 내려온 지 13년 만에 느닷없이 트로트 음반을 냈다는 소식에 궁금증이 일었다.

사실 그의 음악이 어떻고, 가사가 무엇을 담았는지에 대한 물음보다는 '어째서 민중가요 가수가 트로트인가?' 라는 질문이 앞섰다. 8일 발매한 트로트 앨범 <사랑하니까> 로 다시 음악을 시작한 '노찾사'의 김정연은 하지만 이런 물음에 대해 나름대로 정확한 답을 갖고 있었다.

"노찾사에 있을 땐 저도 트로트를 금기시 했어요. 그러다가 동료들로부터 제 노래가 '뽕필'(뽕짝 분위기) 난다는 말을 자주 들으면서 트로트에 대한 생각을 고쳐먹었죠. 민중가요 중에도 트로트 풍의 곡이 많아요. '서울에서 평양까지', '포장마차' 등이 그런 노래이죠. 서민을 위하고 이들이 즐긴다는 점에서 민중가요와 트로트는 마찬가지 아닐까요."

고 김광석, 안치환, 권진원 등 노찾사 출신 가수들은 포크의 계통을 꾸준히 이어왔다. 사회의 다방면을 묘사하는 이들의 곡은 기존 대중가수들과 궤도를 달리해 김정연의 경우와는 크게 달랐다.

"트로트 음반을 내놓고 노찾사 홈페이지에 글을 남겼어요. 걱정이 많았죠. 동료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니까요. 그런데 의외로 격려의 답글들이 많이 보이더라고요. '노찾사 출신이 다양한 장르에서 활동을 하는 게 보기 좋다'는 선배의 답글이 많은 도움이 됐어요."

그의 표현에 따르면 민중가요는 '쭉쭉 뻗는 창법' 으로 불러야 했다. 이런 노래에 익숙한 그의 목은 악센트를 주고, 밀고 당겨야 하는 트로트를 구사하는 데 문제가 없었을까.

"요즘 트로트는 자극적이잖아요. 주제가 확실히 보이고요. 이런 노래를 제가 부르려니까 어쩐지 노찾사 버전의 트로트가 되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이번 앨범은 곱씹은 채 부르고 여러 번 들으면 귀에 당기는, 조금은 다른 트로트로 꾸몄어요."

김정연은 하반기 중 노찾사의 대표곡인 '사계'를 트로트로 편곡해 싱글앨범을 낼 계획이다.

"이 노래를 트로트로 부르면 아마도 원곡의 이미지를 다치게 할 것이라며 반대하는 분들도 있을 거예요. 하지만 정말 재봉틀이 돌아가는 가내수공업 현장의 공원들이 가장 많이 듣는 노래가 트로트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제 마음을 이해하실 겁니다. 트로트는 아무나 부를 수 있는 가장 평등한 장르입니다. 그래서 민중가요와 다르지 않아요."

양홍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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