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5일 한나라당 이재오 의원의 지역구(서울 은평을)를 깜짝 방문한 것은 4년 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열린우리당 지지 발언'을 떠오르게 한다.
'선거에 부당한 영향을 미치는 행위'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는 점에서다. 야권에선 "노 전 대통령은 당시 발언으로 탄핵까지 됐었다"며 이 대통령에 대한 제재를 제기한다.
노 전 대통령은 17대 총선을 앞둔 2월 24일 취임 1주년 방송기자클럽 회견에서 "국민이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을 압도적으로 지지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
대통령이 잘 해서 우리당에 표를 줄 수 있는 일이 있다면 합법적인 모든 것을 다 하고 싶다"고 말했다. 중앙선관위는 같은 해 3월4일 선거법 위반이라는 결정을 내리고 "공무원의 선거 중립 의무 준수를 요청한다"는 공문을 청와대에 보냈다.
한나라당과 구(舊) 민주당은 "대통령의 선거 개입은 탄핵 사유"라며 2004년 3월9일 노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하고 같은 달 12일 통과시켰다.
이 대통령은 식목일인 5일 경기 도라산 평화공원에서 열린 나무 심기 행사에 참석했다가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 예고 없이 은평 뉴타운 건설 현장을 찾았다.
이 대통령은 서울시장 재임 시절 시행한 '노숙인 일자리 갖기 사업'에 따라 건설 현장에서 일하게 된 노숙인 6명을 약 10분간 만나 격려했다. "최고의 복지는 일자리를 갖게 해 주는 것이다. 하루 빨리 재활해서 정상적 삶을 살아 가기를 희망한다" 등 이 대통령의 발언만 보면 별 문제가 없다.
하지만 선거를 나흘 앞둔 시점인 데다 은평구가 이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이재오 의원의 지역구라는 점이 문제다. 보기에 따라 "선거에서 고전 중인 이 의원을 위해 이 대통령이 '무언의 지원 유세'를 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선관위가 4일 총리실에 공무원의 선거 중립 의무 준수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낸 터였다.
선관위는 6일 "공식 논의는 해 보아야겠지만, 이 대통령이 특별히 선거 관련 발언을 하거나 선거 관계자를 만난 게 아니기에 대통령의 방문을 선거법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는 비공식 입장을 내놓았다.
최문선 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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