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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책] 암흑의 핵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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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책] 암흑의 핵심

입력
2008.04.16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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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셉 콘래드 / 민음사

1939년 4월 7일 미국의 영화감독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가 태어났다. 코폴라 하면 ‘대부’(1972)지만, ‘지옥의 묵시록’(1979)을 빼놓을 수 없다. 베트남전을 통해 전쟁의 광기와 공포, 인간의 악마성을 섬뜩하게 그린 영화다.

'지옥의 묵시록'은 폴란드 출신의 영국 작가 조셉 콘래드(1857~1924)의 소설 <암흑의 핵심> (1899)이 원작이다. 소설에서는 아프리카의 벨기에 령 콩고의 기선 선장인 말로가 콩고강을 따라 상류 오지에 있던 상사 주재원이자 잔혹한 상아수집광인 커츠를 귀환시키러 가고, 영화에서는 베트남전의 미군 특수부대원 윌러드 대위가 캄보디아 밀림 속에 독자적 제국을 세운 전설적 군인이자 전쟁광인 커츠 대령을 제거하라는 지시를 받고 메콩강을 거슬러 올라간다.

소설이 서구 제국주의와 식민주의의 침탈의 대상이었던 19세기말의 아프리카를 배경으로 했다면, '지옥의 묵시록'은 그 배경을 20세기 후반의 베트남으로 바꾸어놓은 것이다.

전자에서는 '연민과 과학과 진보의 사자'를 자처했던 커츠가 식민지 수탈 행위로 정신적 타락을 겪고 ‘속이 텅 빈 인간’이 되어 식인 행위까지 탐닉한다면, 후자의 커츠 대령은 전쟁의 악몽 같은 경험과 도덕적 딜레마에 번민하며 반쯤 미쳐버린 인물로 묘사된다.

영화에서는 윌러드 대위가 커츠 대령을 만나러 가는 과정에서 겪는 전장의 타락과 인간성의 악마적 이면 때문에 그 자신도 광기에 물들어 가는 것을 자각한다면, 소설에서 말로는 서구 정복자의 침탈과 폭력을 대면하면서 점차 자신과 커츠를 동일시하게 된다.

조셉 콘래드는 실제 33세 때 콩고 강의 기선 선장이 돼 항행했던 자신의 체험, 거기서 목격한 식민주의의 잔학상과 인간성의 타락을 이 작품에 옮겨놓았다.

콘래드는 그 체험 이전 자신의 삶은 '한 철저한 짐승 같은 존재‘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한다. 일찍이 문명이라는 이름의 야만을 폭로한 소설로 평가되는 <암흑의 핵심> 은, 그의 말처럼 모험을 통한 한 인간의 자아 탐색을 그린 빼어난 인식의 서이기도 하다.

하종오 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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