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의 첫 해외공관장 인사가 보은(報恩) 인사로 장식됐다. 총영사로 내정된 10명 중 4명이 대선 때 이명박 대통령을 도왔던 사람들이다. 세계화 시대에 능력 있는 민간인을 해외공관장으로 활용하는 것은 바람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번에 발탁된 민간 인사들의 면면을 보면 그런 취지와는 거리가 멀다.
국제변호사인 김재수 로스앤젤레스 총영사 내정자는 ‘BBK 사건’과 관련해 로스앤젤레스 현지 대책을 담당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공로를 총영사 업무능력과 관련 지을 수는 없다.
한나라당 서울필승대회 준비위원장을 지낸 김정기 상하이 총영사 내정자, 대통령 취임준비위 자문위원을 지낸 이하룡 시애틀 총영사 내정자도 총영사 업무수행과 관련한 경력이 미미하다. 해외 여행객 1,000만 명 시대를 맞아 영사 서비스의 중요성이 한층 높아진 시대다. 전문성과 무관한 인사들을 총영사로 발탁하는 것은 대국민 영사서비스 증대 필요에 역행하는 일이다.
대선 때 이명박 캠프 선대위 비서실에서 근무했던 이웅길 애틀랜타 총영사 내정자는 또 다른 문제를 안고 있다. 미주 한인회 부회장 출신인 그는 한국 국적을 포기한 미 시민권자다. 국적이 없는 사람이 우리나라 해외공관장에 임명된 것은 전례가 없다. 국적 회복 절차를 밟고 있다고는 하나 이렇게 무리를 해가면서 그를 챙기는 이유가 궁금하다.
이명박 후보캠프에서 외교자문을 맡았던 김우상 연세대 교수가 태평양 지역 국가의 대사로 발탁된 것도 보은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 전에도 교수들이 대사로 발탁된 경우가 드물지 않았지만, 모두 해당 지역 전문가들로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김 교수는 뚜렷한 지역 전문성이 드러나지 않는다.
이라크 주재 대사로 근무하다가 귀국해 대통령직 인수위에서 활동했던 하찬호 대사가 이라크에 다시 부임하는 것도 이상하다. 이라크가 아무리 비정상 상황이라지만 외교 관례에 맞지 않는다. 상궤를 벗어난 보은성 공관장 인사가 이 대통령이 외치는 실용 외교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 의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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