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지니아 공대는 16일 32명의 학생과 교수가 희생당한 한국계 조승희의 총기난사 사건 1주년을 맞아 공식 추모식을 비롯해 촛불집회, 음악회, 시 발표회 등 다양한 추모 행사를 갖는다. 대학은 평온을 되찾았지만 대학본부 건물 앞쪽에 자리 잡은 희생자들의 이름이 적힌 32개의 작은 추모석들은 당시의 참사를 웅변한다. 이 대학 찰스 스티거 총장은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만든 인터넷 홈페이지에 “분명한 것은 우리는 물러서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썼다.
물러서지 않기 위한, 그 같은 참사가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여러 노력들이 이뤄졌다. 1월 총기소유 규제를 강화해 심각한 정신질환자가 총기를 구입할 수 없도록 한 법이 발효된 것도 그런 노력의 하나다. 당시 이 대학 영문과에 다니던 범인 조승희는 정신병적 징후가 드러났음에도 범행에 사용한 총기를 아무 제약 없이 구입할 수 있었다.
미 정부가 학생들의 사생활 보호에 관한 법률을 완화해 신축적으로 운용하기로 한 것도 정신적 문제가 있는 학생들에 대해 보다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다. 버지니아주는 정신병원 수감 기준을 ‘긴급한 위험 상태’에서 ‘자신이나 타인에게 심각한 위해를 초래할 만한 가능성이 있는 상태’로 완화하는 방향으로 정신보건체계를 개선하는 작업을 진행중이다.
그러나 이 와중에서도 2월14일 노던일리노이대에서 대학원 휴학생이 강의실에 총기를 난사, 5명이 숨지고 16명이 부상하는 등 모방범죄를 포함한 제2, 제3의 ‘버지니아 공대 비극’은 계속됐다. 당시 미국내에서는 1주일 사이에 무려 5건의 교내 총기 사건이 잇따랐다. 불특정 다수를 향한 총격사건의 재발을 막기 위한 방안들이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자 규제 대신 오히려 교내에서 총기 소유를 자유화해 자위권을 갖도록 하는 것이 대량 살상을 막는 길이라는 주장들이 뒤따랐다.
희생자의 유족들에게는 지난 1년은 오랜 시간이었다. 버지니아 주정부가 유가족들에게 주정부와 대학을 고소하지 않는 조건으로 1,100만 달러의 위로금을 지급키로 한 합의도 최근에야 이뤄졌다.
조승희의 1, 2차 범행 사이의 2시간 동안 늑장 대처하는 바람에 참사를 키웠다는 비난을 받은 대학측은 성금 등을 포함, 850만 달러로 추모 장학금을 마련하는 한편 유가족 위로금 및 부상자 치료비를 제공했다. 조승희가 왜 그토록 엄청난 분노를 품고 동료 학생들에게 총격을 가했는지에 대한 조사는 아직도 진행중이다.
대학측은 추모석들이 놓여 있는 곳에 희생자들을 기리는 추모비를 새로 건립하고 사건이 발생했던 강의실 노리스홀을 새로 부설될 ‘평화연구 및 폭력예방센터’건물로 활용키로 하는 등 사건을 극복하려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미국 사회는 이 사건을 조승희 ‘개인’의 문제로 보았다. 한국 동포들이 보복 공격을 당한 사례가 없었던 점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워싱턴 포스트는 최근 조승희의 가족들이 버지니아 북부의 살던 집으로 돌아왔지만 사실상 세상과 관계를 끊고 은둔 생활을 계속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조씨의 가족을 돕고 있는 웨이드 스미스 변호사는 “그들은 계속 어둠 속에서 살고 있다”면서 “그들이 말을 할 수 있게 되는 때가 오겠지만 지금은 아무런 말도 하고 싶지 않다고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고 전했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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