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복장제를 실시 중인 유명 신사복 제조업체의 마케팅담당 A씨. “직원들이 모이면 ‘정장 입는 날’이라도 따로 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걱정들이 많다”고 전했다.
국내 남성복 중 신사복 비중이 갈수록 줄어드는 가운데 대형 유통업계는 그린프라이스제(신사복의 상시 임의 할인을 없애고 가격 정찰제를 실행하는 것)를 통해 가격 인하를 유도하고 있고, 고가 수입 정장을 찾는 소비자는 늘어나는 등 삼중고에 시달리기 때문이다.
그린프라이스제의 첫 시험대로 패션 및 유통업계의 관심을 집중시켰던 봄 세일이 중반을 넘어가면서 남성정장 내셔널 브랜드의 매출은 답보 상태인 반면, 고가 수입브랜드는 날개를 단 형국이다.
15일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4~14일(전점 기준) 그린프라이스 적용상품인 남성정장이 전년 동기대비 5% 신장했다. 물가 상승분을 감안하면 실제 신장률은 0에 가까운 셈이다. 개별 브랜드로는 제일모직 로가디스가 9%, LG패션 마에스트로가 8%로 선전했다.
갤럭시는 5%, FnC코오롱의 캠브리지는 2% 신장했고, 맨스타는 오히려 2%가 줄었다. LG패션 관계자는 “그린프라이스제 영향으로 이미 가격이 20~30% 낮아진 상황이라 가격 저항이 있다고 보진 않는다”면서도 “전년 대비 매출 신장률은 비슷하지만 전반적으로 판매 수량이 줄었다”고 말했다.
반면, 고가 수입 정장류는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갤러리아백화점에 따르면 키톤 브리오니 등 한 벌에 600만~1,000만원을 호가하는 고가 수입 정장은 4~13일 평월 대비 44%의 신장을 기록했다. 고가 수입신사복 위주로 매장을 채운 갤러리아는 “브랜드 도입 초기 프리미엄이 있겠지만, 40%대 신장률은 우리로서도 놀라운 수치”라고 밝혔다.
신사복업계는 세일에 참가하지 않은 상태에서 매출이 현격히 떨어지지 않은 것에 대해 일단 안도하면서도 “세일 후가 더 걱정”이라고 밝혔다. 봄 세일 매출은 그린프라이스를 주도하는 롯데백화점 등 유통업계의 적극적인 홍보와 세일 초반 집중된 신사복 이월상품 행사 등에 힘입은 바 크지만, 세일 후 매출이 급격히 꺾일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또 여름철 정장보다 세퍼레이트 개념으로 입는 쿨비즈룩이 인기를 얻으면서 정장 매출은 더욱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남성복 중 신사복 비중이 계속 줄어들고 양극화 양상도 뚜렷한 상황에서 신사복업계가 살 길은 고급화 전략 뿐”이라면서도 “그럴 경우 ‘그린프라이스로 가격 거품 뺀다고 할 때는 언제고 또 고급화한다며 가격을 올리느냐’는 비판의 소지도 있어 현재로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국내 남성복 중 정장류의 비중은 2004년 49.8%에서 2007년 봄ㆍ여름 시즌엔 42%까지 줄었다. 롯데백화점이 집계한 신사복 매출 비중도 2000년 40%에서 2007년 30%로 급감했다.
이성희 기자 summ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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