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액상품권을 미끼로 신문 구독을 권하는 행태가 여전하다. 이번 총선 때는 투표장에서 현금을 뿌리며 유혹한 일도 있었다고 한다. 일부 신문사 지국 앞에 널려 있던 선물용 자전거와 선풍기, 살인까지 부른 부수확장 과열경쟁에 대한 기억도 생생하다.
신문시장의 이 같은 혼탁과 과당경쟁을 막기 위해 1996년에 나온 것이 신문고시(신문업에 있어서의 불공정 거래행위의 유형 및 기준)다. 무가지와 경품 제공은 연간 구독료의 20% 이내로 제한하고, 7일 이상 강제 투입하는 것을 금지하는 게 골자다. 위반할 경우 불공정 거래행위로 간주해 과징금을 부여하고, 위반혐의 신고자에게 포상금도 준다. 1999년 12월 규제개혁 차원에서 한때 폐지했다가 2001년 부활했고, 2003년 5월에는 제재 주체를 신문협회에서 공정거래위원회로 바꾸었다.
백용호 공정거래위원장이 그저께 규제개혁 차원에서 이를 전면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자율과 자유라는 측면에서 필요한 일이긴 하다. 정부의 신문사 경영에 대한 간섭 여지가 있는 신문고시가 자칫 언론탄압에 악용될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불공정행위의 규제 역시 업계 자율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스럽다.
그러나 신문업계는 왜 이런 타율을 자초했는지 심각하게 되돌아봐야 한다. 그 동안 우리 신문은 기사의 질과 서비스 향상을 통한 시장 확대보다는 자본력을 앞세운 온갖 불공정행위로 독자 쟁탈전을 계속해왔다.
공정위의 ‘신문시장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06년 9.9%와 41.4%이던 신규 구독자에 대한 경품 제공과 구독료 면제가 지난해에는 34.7%와 62.2%로 오히려 급증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소수 언론의 요구대로 ‘무제한 자유경쟁’을 허용한다면 신문시장의 극심한 혼탁과 무질서는 불을 보듯 뻔하다. 일부 신문의 시장 독과점과 언론의 왜곡현상도 더 심각해질 것이다.
어떤 시장, 상품에도 공정한 거래의 규칙과 상도(商道)는 건전한 경쟁과 질서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신문시장도 예외가 아니다. 규제를 푸는 것 역시 이를 깨는 내용이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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