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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美서 활약하는 성악가, 이동규· 유현아 독창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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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美서 활약하는 성악가, 이동규· 유현아 독창회

입력
2008.04.14 2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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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서 주목받는 한국 성악가 2명이 이틀 간격으로 같은 공연장에 선다. 유럽 오페라 무대에서 활약하고 있는 카운터테너 이동규(29)가 17일 LG아트센터에서 2년 만의 독창회를 열고, 세계적 음반사인 EMI에서 한국인 성악가 최초로 음반을 낸 소프라노 유현아(41)는 19일 첫 내한 독창회를 한다.

재독 카운터테너 이동규(29)는 “청중의 예상을 벗어나는 목소리가 주는 신비로움이 카운터테너의 매력”이라고 말한다. 사실 180㎝의 키에 수염까지 기른 건장한 체격의 겉모습에서 닭살이 돋을 만큼 곱고 아름다운 그의 목소리를 떠올리기는 어렵다.

이동규는 “깜짝 놀라는 관객들의 반응을 느끼는 게 재미있다”며 웃었다. “아직 한국에서는 거세 가수인 카스트라토와 헷갈리는 사람들이 많아요. 수염을 기르는 이유 중 하나도 괜한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서죠.”

국내에서는 흔치 않지만, 고음악 바람이 거센 유럽에서는 여성의 음역을 소화하는 남자 가수 카운트테너의 비중이 크다. 바로크 오페라에서 카스트라토가 하던 역할을 맡을 뿐 아니라, <피가로의 결혼> 의 케루비노처럼 원래 메조소프라노의 배역을 하는 경우도 있다.

북미 최초의 남자 케루비노였던 이동규는 “메조소프라노들이 역할을 빼앗아간다며 질투를 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훈련을 통해 여성의 음역까지 넘나드는 카운터테너는 다른 파트의 성악가에 비해 수명이 짧은 편이다. 진성이 아니기에 성대에 무리가 따르고, 호흡도 더 힘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흔히 할 수 없는 길을 간다는 데 대한 자부심이 있다”고 말했다. 카운터테너가 되는 방법에 대한 질문을 받으면 늘 “예술적 끼와 열정만 있다면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대답한다.

그는 캐나다 유학 중이던 18세에 영화 <파리넬리> 를 보고 독학으로 카운터테너 공부를 시작했다. 프란시스코 비냐스 콩쿠르 우승 등으로 두각을 나타낸 뒤 지난해 함부르크 슈타츠오퍼에서 헨델 오페라 <라다미스토> 의 타이틀롤을 맡는 등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다.

귀국 직전에는 베를린 코미셰오퍼에서 헨델의 <테세우스> 에 출연했고, 독일 할레 헨델 페스티벌, 암스테르담 콘서트헤보, 이탈리아 볼로냐 극장 등이 그를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그는 “한국의 전통적 소재와 음악이 있는 창작오페라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면 언제든 달려올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적 정서가 담긴 윤이상의 가곡을 좋아해 콩쿠르에서도 자주 불렀다는 그는 이번 공연에서도 민요 <아리랑> 과 동요 <섬집 아기> 를 프로그램에 넣었다. 퍼셀과 헨델의 바로크 음악부터 슈만과 슈베르트, 브람스의 가곡, 거슈윈의 뮤지컬 넘버까지 폭넓은 레퍼토리를 소화한다.

그의 목표 역시 카운트테너의 역할을 더 넓히는 것이다. 반주는 영국 왕립음악원 교수인 피아니스트 앤드류 웨스트. 공연 문의 (02) 548-4480

재미 소프라노 유현아는 노래보다 사연으로 먼저 다가온 성악가다. 미국에서 생물학을 전공하는 평범한 주부로 살다가 결혼 2년 만에 강도의 총격에 남편을 잃었고, 그 슬픔을 이기기 위해 노래를 시작해 세계 무대에 서는 소프라노가 됐다는 그의 사연이 워낙 드라마틱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이제 슬픈 사연이 아닌, 음악으로 가까워지기를 원하고 있었다.

“제 상처를 치유해준 음악을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서 노래를 시작했지만, 남편과 관련된 질문을 받는 일이 힘들어서 운 적도 있어요. 제 멘토인 존스홉킨스대 총장님으로부터 ‘너의 경험 때문에 더 많은 사람들이 음악의 세계로 온다면 좋은 일 아니냐’는 말씀을 듣고는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마치 노래하는 것 같은 높은 톤의 목소리와 웃음소리를 가진 유현아는 지난해 겪었던 큰 교통사고조차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만큼 밝고 환했다. 늦게 시작한 노래였지만, 성공은 빨랐다.

2000년 미국 말보로 페스티벌에서 만난 피아니스트 미츠코 우치다와 리처드 구드의 적극적인 후원을 받으며 유럽과 미국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고, EMI에서 나온 데뷔 음반은 ‘어마어마한 잠재력을 증명하는 연주’(그라모폰)라는 평가를 받았다. 서정적인 리릭 소프라노로, 특히 바흐 음악에서 이름이 높다.

한국에서의 첫 번째 독창회가 너무 늦은 것 아니냐는 질문에 그는 “한국 청중들의 귀가 높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대강하면 안될 것 같아 준비가 될 때까지 미뤄왔다”며 웃었다.

“그런데 카네기홀이나 바비칸 센터 같은 큰 무대에 설수록 점점 배울 게 많아지더라구요. 유현아의 소리와 예술성을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아늑하고 포근하게 위안해줄 수 있는 음악을 한국 청중과 나누고 싶다는 마음으로 왔습니다.”

그는 “리사이틀은 손님을 초청해 음식을 대접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이번 공연의 메뉴는 뷔페”라고 말杉? 손님의 취향과 특성에 맞는 음식을 내놓아야 하는데, 한국 관객은 너무 스펙트럼이 넓어서 우선 다양한 음식을 차리기로 했다는 것.

유현아의 뷔페상에는 슈베르트의 미완성 오페라의 아리아 <보라, 이 사랑이 얼마나 깊은지> 를 비롯해 퍼셀, 멘델스존, 풀랭크,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등의 가곡이 차려진다.

그는 “평소 오페라 아리아 보다 가곡을 많이 부른다. 가곡은 그 자체가 완결된 스토리를 가진 미니 오페라”라고 말했다. 22일 김해와 25일 울산에서도 공연한다. 반주는 네덜란드 피아니스트 디도 퀘닝. 공연 문의 (02) 2005-0114

김지원 기자 eddie@hk.co.kr사진 배우한기자 bwh3140@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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