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주당 8만1,600원으로 고점을 찍은 후 이달 초까지 연일 하락하던 롯데관광개발(회장 김기병) 주가가 지난 주 깜짝 상승했다. 최근 6개월 내 가장 낮은 4만2,200원까지 떨어졌던 주가는 지난 주 5만원 고지를 회복하며 주간상승률 베스트 5에 진입했다.
롯데관광개발의 주가가 이처럼 상승세로 돌아선 이유는 본업인 ‘관광’과는 별 관련이 없다. 오히려 지난해 롯데그룹이 대형 여행사 롯데제이티비㈜를 출범시키면서 같은 브랜드를 사용하는 롯데관광개발의 실적 전망이 어두워졌던 게 사실이다. 연말 이후 지속적인 주가 하락도 롯데그룹의 여행업 진출이 결정적 악재로 작용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지난 주 롯데관광개발 주가 상승의 원인은 한 마디로 ‘용산의 힘’이다. 롯데관광개발은 현재 용산역세권 개발사업 시행사인 드림허브프로젝트금융투자의 2대 주주(15.1%)로 민간사업자 중 가장 많은 지분을 확보하고 있다. 김기병 회장은 이 회사의 대표이사 및 이사회 의장이다.
드림허브프로젝트금융투자의 총 자본금은 1조원 규모인 만큼, 롯데관광개발은 그 중 1,500여억원을 납입해야 했다. 그러나 자기자본금이 50억원에 지나지 않는 롯데관광개발이 1,500억원이라는 거금을 납입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그 동안 회의적 시각이 많았다.
다행히 롯데관광개발이 최근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으로 이 문제를 정면 돌파하면서 주가가 뛰기 시작했다. BW란 투자자에게 비교적 낮은 이자로 돈을 빌리는 대신, 일정 기간이 지나면 신규 발행주식을 합의된 금액으로 매입할 수 있는 권리를 주는 방식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롯데관광개발이 발행한 BW 규모가 자기자본(50억원)의 24배인 1,200억원을 넘는다는 점이다. 이는 올 들어 시장에서 발행된 BW 총액(1,500억원)과도 맞먹는 수준이다.
또 주식 전환 때 주당 행사가격이 8만원으로 최근 주가에 비해 2배 가량 높은데다, 이자율은 0%에 불과하다. 즉, 투자자들은 이자수익을 포기하면서까지 비싼 가격에 엄청난 규모의 사채를 사준 셈이다. 증권업계에선 “삼성전자도 이런 조건으로 BW를 발행할 수 없을 만큼 파격적”이라고 평가한다. 이는 투자자들이 용산 프로젝트의 미래가치를 그만큼 높게 평가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문준모 기자 moonjm@hk.co.kr
ⓒ 인터넷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터넷한국일보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인터넷한국일보는>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