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ㆍ9총선에서 서울의 경우 강남지역 후보자들은 여야 무소속 할 것 없이 모두가 종부세를 줄이겠다고 약속했고, 강북지역에선 한결같이 뉴타운 추진을 앞세웠다. 종부세를 만들어낸 통합민주당의 후보가 한 술 더 떠 ‘폐지’공약을 걸기도 했다. 이념이고 정책이고 떠나 우선 주민들의 마음을 얻고 보자는 것이다.
뒤집어 보면 강남주민은 대다수가 종부세로 골치를 썩고 있고, 강북주민은 모두가 뉴타운 개발을 고대하고 있다는 의미다. 경기 하남시에서 양대 후보가 함께 ‘광역화장장 건설 반대’를 들고 나왔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 민주당 후보와 한나라당 후보가 경쟁적으로 건설 반대를 주장한 것은 그래야 더 많은 표를 얻는다는 데 이론이 없었기 때문이다. 현역의원으로서 애초부터 반대에 앞장섰던 민주당 후보야 당연한 일이다.
한나라당 시장과 한나라당 도지사가 손잡고 추진해 온 사업을 한나라당 후보가 반대하고 나선 것은 아이러니이지만, 그것이 현실이라는 의미다. “한나라당 시장과 도지사를 설득하려면 내가 더 적격”이라는 한나라당 후보의 말을 다수 유권자들은 믿지 못했다. 오죽했으면 당 지도부가 나서서 “그거 원래부터 안 되게 돼 있는 일이다”라는 폭탄발언을 했을까.
■ 한나라당 지도부가 ‘원래부터 안 되게 돼 있는 일’이라고 단정해 버렸으니, 정말로 ‘할 수 없는 일’이 돼 버렸다. 다급한 경기도는 작년 5월에 개정된 장사법(葬事法) 규정을 들먹이며 그 이유를 뒷받침했으나 견강부회(牽强附會)임이 금세 드러났다. 보건복지부가 새 장사법에 대한 설명을 경기도의 주장에 대한 반박 형태로 발표했기 때문이다.
굳이 정부의 유권해석이 아니라도 하남시가 경기도의 지원약속 아래 일을 추진하고 있었다는 것은 반대하는 주민이나 찬성하는 주민이나 모두가 아는 일이다. 이를 전제로 2년 넘게 난리를 피운 하남 시민들만 우습게 됐다.
■ 야박하고 단정적인 얘기지만 한나라당과 경기도가 사태의 책임을 져야 한다. ‘원래부터 안 되게 돼 있는 일’을 한나라당 시장과 도지사가 손잡고 추진하도록 방치했으니, 그 죄(?)가 크다. 정작 중앙의 주무부서인 복지부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여기고 있는데, ‘할 수 없는 일’이라고 갑자기 발뺌을 한 경기도의 죄(?)도 가볍지 않다.
광역화장장 추진 여부는 조만간 주민투표로 결정한다는데, 시장도 주민도 승복해야 한다. 하지만 주민투표에 앞서 한나라당과 경기도는 왜 할 수 없다고 말했는지, 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 대해서 명확한 해명을 내놓아야 한다.
정병진 논설위원 bjj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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