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페 페노네(61), 로만 오팔카(75), 귄터 위커(78), 이우환(72). 현대미술사를 아로새기는 현존 거장들의 작품을 한꺼번에 볼 수 있는 전시 '센서티브 시스템스(Sensitive Systems)'가 서울 소격동 학고재에서 열리고 있다. 학고재 화랑이 개관 20주년을 맞아 건물 뒤편에 새로 지은 신관 개관 기념전이다.
프랑스의 로랑 헤기 생테티엔느미술관장이 큐레이팅한 이 전시는 메타포 생성의 창작 과정을 작품화한다는 공통점으로 네 작가를 묶었다.
2007년 베니스비엔날레에 이탈리아 대표작가로 참여한 주제페 페노네는 자연, 특히 나무를 소재로 생명의 순환과 삶에 대한 메타포들을 빚어낸다.
한쪽 벽을 각기 다른 지름의 촘촘한 원으로 가득 채운 작품 '증식'은 작가의 지문을 그린 후 나이테처럼 무한 증식시킨 것. 우주를 향해 끝없이 뻗어나가는 생명의 약동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폴란드 태생의 프랑스 작가 로만 오팔카는 숫자 쓰기를 통해 무한에 도전한다. 시간을 묘사하기 위해 작가는 1965년부터 날마다 흰색 물감으로 숫자를 쓰기 시작했고, 숫자를 읽는 자신의 음성을 녹음했다.
이 과정이 끝나면 매일 똑같은 흰 셔츠를 입고 동일한 배경에서 자신의 초상사진을 찍어 노쇠의 과정을 기록했다. 이번 전시에는 걸린 4,000,000만대의 숫자들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그 지독한 무한성에 공포마저 엄습한다.
회반죽을 바른 캔버스에 못을 박아 내적 고통과 치유를 표현해온 독일 작가 귄터 위커는 사계의 순환을 못을 통해 표현한 네 점의 작품을 걸었고, 일본과 프랑스에서 활동하고 있는 아시아 대표작가 이우환은 <조응> 에 이은 새 회화 시리즈 <대화> 5점과 조각 2점을 전시한다. 작품으로 수양하는 예인 같은 작가들인지라 각기 다른 작품들인데도 어딘가 닮았다. 25일까지. (02)720-1524 대화> 조응>
박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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