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13일 “변화는 위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 공공부문부터 먼저 변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통령 당선 이후 줄곧 강조해 왔던 공직사회 개혁을 다시 한번 주창하고 나선 것이다. 그 시발점은 공기업 개혁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방만한 경영과 각종 비리 및 비효율, 그리고 낙하산 인사의 대명사로 낙인이 찍혀 있는 공기업에 메스를 들이대지 않는다면, 공공 부문 개혁은 사실상 물거품이 될 수밖에 없다는 인식이 팽배하기 때문이다.
공기업 개혁은 이미 속도가 붙고 있다. 조만간 대대적인 인적 쇄신이 예고된다. 이전 정부에서 선임된 공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최근 잇따라 사표를 내고 있고, 감사원은 공기업 감사와 경영평가를 통해서 이들의 사표를 우회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정부의 공기업 개혁 작업도 시작됐다. 정부 각 부처들은 산하 공기업 중 민영화 대상 선별 작업과 구체적인 민영화 방안 마련에 착수한 상태다. 특히 주무 부처인 기획재정부는 이달 중 공기업 민영화 방안에 대해 외국 컨설팅회사에 연구용역을 발주할 예정. 각 부처가 제시한 방안과 연구 용역 결과를 토대로 6월말까지 ‘공기업 민영화 기본계획’을 내놓을 방침이다.
관건은 방식과 절차다. 정부는 공기업 민영화를 추진하되, 공공성이 높거나 당장 민영화가 쉽지 않은 공기업에 대해서는 정부 지주회사를 설립해 소유와 경영을 분리한다는 계획이다. 1974년 싱가포르 재무부가 보유하고 있던 36개 공기업 주식을 정부 지주회사 테마섹에 이전하는 대신, 이사회와 경영진에 대해 경영의 자율성을 보장한 이른바 ‘테마섹 방식’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 내에서도 ▦소유와 경영이 완전히 분리될 수 있을지 ▦지주사 전환 이후에도 정부의 간섭이 지속되지는 않을지 등의 우려가 팽배하다. 자칫 공기업 민영화라는 근간마저 무너뜨릴 수 있다는 우려다.
자칫 인적 쇄신이 공기업 개혁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지적도 높다. 정부 한 관계자는 “지금 공기업 CEO를 새 정부 사람으로 대거 교체할 경우 결국 자기 조직의 이해를 대변하며 이리저리 줄을 대는 등 향후 공기업 개혁에 엄청난 저항 세력이 될 수밖에 없다”며 “개혁을 먼저 진행하고 인적 쇄신은 그 다음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영태 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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