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적함대’ 삼성화재가 화려하게 부활했다.
삼성화재가 3연패에 도전한 현대캐피탈을 꺾고 실업배구 시절을 포함해 통산 10회 우승이라는 금자탑을 쌓았다. 삼성화재는 13일 천안에서 벌어진 2007~08프로배구 챔피언 결정전 3차전에서 현대캐피탈을 3-1(25-21 25-20 18-25 25-19)로 물리쳤다. 1~3차전을 싹쓸이한 삼성화재는 2005시즌 이후 3년 만에 우승 트로피를 되찾았다.
삼성화재는 시즌이 개막하기 전 배구 전문가들이 이구동성으로 꼽은 꼴찌 후보. 갈색폭격기 신진식과 월드스타 김세진 등 90년대를 주름잡은 스타들이 모두 은퇴했지만 삼성화재는 탄탄한 조직력으로 똘똘 뭉쳐 정규시즌과 챔프전을 동시에 석권했다. ‘코트의 제갈공명’ 신치용(53) 감독은 “욕심은 났지만 기대하지 않았다”며 활짝 웃었다.
현대캐피탈 김호철 감독은 상대 용병 안젤코(200㎝) 앞에 키 작은 세터 권영민(190㎝)을 앞세웠다. 전체 공격의 절반 이상을 도맡은 안젤코(54.78%)에게 전위공격은 허용하더라도 높은 블로킹을 앞세워 후위공격을 막겠다는 계산. 왼쪽에 자리잡은 손재홍과 석진욱의 공격을 견제하면서 안젤코의 후위 공격까지 막을 수 있어 확률상 유리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챔프전 최우수선수 안젤코(37점)는 1세트부터 앞뒤를 넘나들며 종횡무진 강타를 퍼부었다. 19-19 동점인 1세트. 삼성화재는 신선호(11점)의 속공으로 균형을 깬 뒤 안젤코의 오른쪽 강타가 연거푸 터져 1세트를 25-21로 가볍게 따냈다.
안젤코가 후위로 빠질 때 단신 손재홍(10점)이 제 몫을 해낸 것도 삼성화재의 승인이었다. 현대캐피탈은 박철우(12점)의 오른쪽 공격을 앞세워 3세트를 25-18로 따냈지만 경기를 뒤집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승장 신치용 감독은 기자회견장에 들어서면서 “휴~”하며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열 번 우승을 못 채우고 그만두는 줄 알았는데 선수들에게 고맙다”고 말문을 연 신 감독은 “‘누구(신진식)를 은퇴 시킨 게 누구(문성민)를 뽑기 위해서다’ 등의 말을 들을 때마다 이를 악물었다”며 그간의 마음 고생을 털어놓았다.
1차전 3세트에서 프로배구 한 세트 최다득점(41-39) 신기록(80점)을 세우는 등 최고의 명승부를 펼친 축제의 한마당에 흠도 있었다.
4세트에 나온 심판 판정을 놓고 어윤홍 경기 감독관이 규칙을 잘못 적용해 신치용 감독이 거세게 항의하는가 하면 현대캐피탈 김호철 감독이 경기 후 주심을 맡은 사카이데 오사무 일본 심판에게 항의하는 과정에서 현대 관계자와 이재선 대기심이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 양팀 감독의 말
▲삼성화재 신치용 감독= " 선수들 등만 두드렸다"
시즌 개막 전 가장 강력한 꼴찌 후보라는 평가를 들었다. 온갖 유언비어가 난무했는데 그래서 더욱 분발했다. 키 작고, 후보선수가 부족했지만 정말 열심히 노력했다.
선수들이 워낙 열심히 뛰었기 때문에 나는 뒤에서 등을 두드리기만 하면 됐다. 스포츠에서 최고의 과학은 선수들의 심리를 잘 관리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투지를 가장 강조했고, 선수들이 잘 싸웠다.
▲현대캐피탈 김호철 감독= " 패배 깨끗이 인정한다"
삼성화재가 우승할 만하다. 지난 2년간 우리에게 지면서 신치용 감독이 고생이 많았을 텐데 축하한다. 신 감독이 팀을 잘 만들었다. 패배를 깨끗이 인정한다.
아쉬운 게 있다면 가장 중요한 경기에 일본인 심판을 주심으로 기용했어야 했느냐다. 심판 때문에 졌다는 말은 아니다. 그러나 심판들끼리 의사소통이 제대로 됐는지 궁금하다. 선수들에게 ‘올해 홈에서 진 수모를 잊지 말자’고 했다.
천안=이상준 기자 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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