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엔 부동산, 채권, 주식, 펀드 심지어 미술품에 이르기까지 투자대상이 다변화하고 분산투자가 일반화하면서, 일반인들이 자기 재산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가 점차 어려워지고 있다.
그래서 더욱 각광 받는 직종이 고객의 재산을 대신 관리해주는 PB(Private Banker) 혹은 AM(Asset Manager)이다. 특히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을 앞두고 증권사들이 무한경쟁체제에 돌입하면서 VIP 고객을 전담하는 PB들을 대폭 늘리고 있다.
국내 유수 증권사에서 고객 150~200명, 자산규모 450억~600억원 정도를 관리하는 PB 3명을 만나 업무내용과 필요한 자질, PB가 되는 방법 등을 들어봤다.
■ “나는 고객의 집사입니다.”
배종철(33) 삼성증권 대리는 2002년 입사해 5년간 지점 PB를 하다 본사 근무를 거쳐 지난달 본점 PB로 복귀했다. 배 대리는 “PB도 넓은 의미에서 영업직에 속하지만, 일반 영업사원과 다른 점은 상품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과의 관계, 즉 ‘신뢰’를 세일즈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AM 경력 3년째인 미래에셋증권의 김명진(29) 대리 역시 고객과의 신뢰가 중요하다며 자신의 경험을 털어놓았다. 그는 한 퇴역장교의 자산을 관리해주고 있는데, 알고 보니 그의 부인도 그의 고객이었던 것. 그 사실을 서로 몰랐던 부부는 우연히 지점에서 마주치게 되고, 이후 서로의 자산규모에 대해 김 대리에게 캐묻기 시작했다.
그러나 김 대리는 끝까지 비밀을 지켰고, 그 부부는 1년 반이 지난 지금도 각각 그의 고객으로 남아있다고 했다. 뿐만 아니라 취업 연령에 이른 부부의 두 아들 역시 그의 고객이 됐다. 김 대리는 “PB란 단지 돈 벌어주는 사람이 아니라, 인생 전반의 고민을 나누는 집사 혹은 파트너라고 생각하며 된다”고 말했다.
■ PB의 하루
PB 업무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해 김 대리의 하루를 살펴보자. 김 대리는 오전 7시에 출근, 9시까지 시장 상황과 그날 일정을 공유하는 회의에 참석한다. 9시부터는 우선 그날 꼭 알릴 정보가 있는 고객에게 전화를 돌리며 오전을 보낸다. 그 이후에는 사무실에 대기하며 고객 상담을 하거나 고객의 전화를 받고 주식거래를 대행해주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고객을 직접 찾아가는 ‘방문 섭외’에 나서는 경우가 많다.
오후 6시에서 6시30분이면 주어진 근무시간은 끝나지만 김 대리의 일과는 아직 끝나지 않는다. 배 대리는 “고객과 저녁에는 소주를 한잔 기울이거나 주말에 만나서 골프를 치기도 하는데, 이때 다른 고객을 소개 받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일과 후 사내 교육을 받기도 하는데, 이럴 경우 퇴근시간은 밤 9~10시를 훌쩍 넘긴다.
김 대리는 “고객과의 관계를 원활히 하기 위해 고객의 삶 속에 들어가 호흡을 함께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각종 기념일을 챙기는 것은 물론, 골프나 와인을 익히거나 미술품 경매 등에도 미리 가보고 고객에게 유익한 정보를 전달하려고 노력한다”고 덧붙였다.
■ PB가 되려면: ‘가보고, 만나고, 경험하라’
처음부터 PB로 채용되는 경우도 있지만, 다른 부서에서 사후 선발되는 경우가 많다. 한국투자증권의 김동완(33) 대리도 그랬다. 한국투자신탁에 펀드를 판매하는 일반 영업직으로 2001년 입사, 2006년 사내모집을 통해 PB가 됐다. 김 대리가 당시 50:1의 경쟁률을 뚫고 PB로 선발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보다 그간 영업능력을 검증 받았기 때문이다. PB가 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투자상담사 ▦선물거래상담사 ▦FP(Financial Planner) 등의 자격증을 취득했음은 물론이다.
경력 없이 곧바로 PB 취업을 꿈꾸는 이들은 어떤 식으로든 현장경험을 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세 PB들은 조언했다. 김명진 대리는 “학생시절 300만원이나 하던 FP 준비과정을 신청해 함께 준비하던 현장 선배들의 다양한 조언을 접한 것이 큰 도움이 됐다”며 “인턴을 하는 것도 좋고, 하다못해 지점을 방문해 PB들을 직접 만나 물어보는 무모함도 때론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준모 기자 moonj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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