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의 13일 기자회견은 한나라당 내분 사태는 물론, 여야 정쟁 등의 국내정치에서 초월한 국가지도자로서의 역할에 전념하겠다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친박근혜 진영의 복당 문제 등은 당에서 알아서 할 일”이라고 못박으면서 대통령과 청와대는 당내 문제에 한발 비켜서 있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는 여야를 망라한 언급이지만 초점은 박근혜 전 대표 진영에게 맞춰져 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친박은 몰라도 내가 대통령이 된 이후 친이는 없다” 면서 “과거 친박이었든, 친이였든 한나라당은 하나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내 친이, 친박 파벌 갈등의 무용론을 강조하면서 친박 진영에게 계보정치적 정파 다툼을 지양하라는 메시지다. 여권 내 소모적인 권력 다툼이 새 정부의 경제살리기 드라이브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그는 “나에겐 경쟁자가 없다. 내 경쟁자는 외국 지도자”라며 “밖을 보며 세계와 경쟁해 잘사는 나라 만드는 것만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물론 야당 지도부도 경쟁의 대상이 아니고 오직 국가를 위한 정치에 올인할 것이란 다짐이다.
여기엔 두 가지 포인트가 있다. 먼저 이 대통령 자신은 당의 단합을 바탕으로 민생에만 전념할 테니 당내 문제는 당에서 처리하라는 것이다. “누가 어떻게 되고 저렇게 되는 국내정치의 사소한 문제는 관심 없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국내 정치는 당에 맡기고, 대통령은 국가경쟁력 강화라는 큰 틀의 정치에만 치중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이 대통령의 뜻과 달리 친박 진영이 당내화합에 협조하지 않고, 당 밖의 세력들에 대한 복당을 추진할 경우 이는 해당행위이자 경제살리기를 역행하는 일이 되는 것임을 경고한 것이 된다. 이는 당 밖의 친박 세력들에 대한 복당 움직임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성격이 짙다. 이들의 조기 복당으로 당 질서가 허물어 질 경우 자칫 청와대마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들어 있다.
이 대통령은 이런 정치구상을 총선과 연관지어 설명했다. 그는 “선거결과를 보면 국민이 어느 누구에게 일방 승리나 패배를 안긴 게 아니다”면서 “이는 곧 새로운 정치를 해 달라는 국민의 요구”라고 말했다. 즉 이번 총선은 특정 정파의 승리가 아니기에 국민이 바라는 경제살리기를 위해 여당은 물론, 야권도 힘을 한데 쏟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대선 당시부터 강조한 ‘탈(脫) 여의도정치’가 친박세력들의 집단 행동으로 한계에 봉착하는 데 대한 답답한 심경을 표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의 의지가 실천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우선 박근혜 전 대표측이 “공천 때 친이 세력을 대폭 확장하고서 이제 그만하자고 하는 것은 정치의 ABC를 무시하는 이기주의”라며 반발하고 있다. 여의도 정치를 벗어나 해외를 상대로 경쟁하려면 일단 당내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 “나라를 생각하자”는 식의 말 한마디로 이런 갈등이 해결될 수는 없다는 점에서 이 대통령의 구상이 실현되려면 그야말로 정치력이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염영남 기자 liberty@hk.co.kr
ⓒ 인터넷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터넷한국일보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