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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책] 구스타프 클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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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책] 구스타프 클림트

입력
2008.04.13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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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바 디 스테파노 / 예담1900년 파리 만국박람회클림트, 세기말과 세기초

1900년 4월 14일 파리 만국박람회가 개막했다. 20세기의 벽두에, 벨 에포크(아름다운 시절)의 절정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행사였다. 행사가 열리던 중인 그 해 8월 니체가 죽었고, 프로이트는 한 해 전 완성했던 <꿈의 해석> 의 발행연도를 1900년으로 찍어 출판했다. 세기말과 세기초의 모든 사상과 예술, 문화가 파리에서 들끓었다.

당시 38세의 오스트리아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1862~1918)가 미완성작이었던 '철학'을 출품, 최우수 외국작품으로 금메달을 받은 것도 1900년 파리 만국박람회다. 안개 자욱한 듯한 허공을 배경으로 머리를 감싸쥔 노인, 부둥켜 안은 남녀, 벌거벗은 여인, 잠든 아기의 모습 등이 회오리처럼 그림 왼쪽에서 치솟고 있고 오른쪽과 아래쪽에서는 냉정한 눈빛이 공허한 세상에서 표류하는 그들을 응시하고 있다.

'철학'은 클림트가 오스트리아 정부의 의뢰를 받아 빈대학교 대강당의 천장화로 그린 '철학' '의학' '법학' 연작의 하나다. 하지만 클림트가 이들 작품을 발표하자 교수, 비평가들은 들고 일어나 그의 작업을 춘화 내지 변태성욕자의 그림이라고 비난했다. 철학 의학 법학으로 표상되는 이성의 힘으로 세계가 발전한다는 것을 표현해 달라는 것이 의뢰의 의도였지만, 클림트는 거꾸로 실존적 인간의 나약한 모습을 충격적 화면으로 형상화했던 것이다. 클림트는 스캔들에 맞서 자신의 그림을 거두어갔고, 오스트리아를 침공한 나치는 1945년 5월 이 작품들을 퇴폐미술이라는 이유로 소장자에게서 빼앗아 불태워버렸다.

어쨌든 클림트의 '황금의 시기'가 시작된 것은 1900년 파리 만국박람회에서 ‘철학'이 절찬받은 때와 일치한다. 그때부터 10여년 간 그는 '유디트Ⅰ'을 비롯해 '키스' '유디트 Ⅱ' '다나에' 등 우리에게 가장 널리 알려진 눈부신 황금빛의 그림, 그리고 팜프 파탈의 전형을 창조했다. <구스타프 클림트> 는 세기 전환기의 예술계 한복판에 있었던 클림트의 삶과 작업을 300여점의 풍부한 도판과 함께 보여주고 있다.

하종오 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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