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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카젠스타인 차기 美정치학회장 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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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카젠스타인 차기 美정치학회장 대담

입력
2008.04.13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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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2009년 미국 정치학회장인 피터 카젠스타인 미 코넬대 교수는 “4ㆍ9총선에서 한국이 좌에서 우로 움직인 것은 정치가 정상적으로 움직인다는 의미”라고 높이 평가했다. 그는 또 “한국은 중국과 일본 사이에서 중재자(broker) 역할을 하며 등거리 외교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7~10일 동아시아연구원(EAI)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한 세계적 석학 카젠스타인 교수는 한국일보 주최로 10일 오전 서울 을지로 EAI 회의실에서 열린 이숙종 성균관대 국정관리대학원 교수와의 대담에서 이같이 지적했다. 이 교수는 고려대 정외과 교수 출신인 김병국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이 이어 EAI 원장을 맡고 있다.

이숙종 원장= 어제 한국에서 총선이 있었다. 한국 정치는 지난해 대선에 이어 이번 총선에서도 진보에서 보수로 눈에 띄는 변화가 있었다. 좌에서 우로 바뀐 최근의 한국 정치 변화를 어떻게 보나.

카젠스타인 교수= 1966년 이후 유럽에서는 10~15년마다 좌에서 우로, 다시 우에서 좌로 집권세력이 왔다 갔다 했다. 그런데 유럽의 경우 어떤 이데올로기에 의했다기보다는 사람들의 기분에 좌우된(mood swing) 측면이 많다. 국민들은 집권당이 그들의 약속이나 공약을 지킬 것으로 기대하게 마련이다.

하지만 집권당이 약속했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때 유권자들은 투표로 심판한다. 집권당이 제대로 일을 못할 때에는 유권자들이 “당신들은 그 만큼 했으니 됐고 이제 다른 쪽에 기회를 한 번 줘야겠다”고 결심할 수밖에 없다.

이숙종= 이번 한국 정치구조의 변화를 뉴트 깅그리치 하원의장이 이끌던 94년 미국 공화당의 의회 선거 압승과 비교할 수 있을까.

카젠스타인= 미국은 30년대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 이래 확립됐던 남부 보수주의자들과 진보진영의 연합이 60년대 민주당 린든 존슨 대통령에 의해 깨졌다. 그 반동으로 70년대 보수주의 세력은 민주당식 자유주의 이데올로기에 반기를 들고 레이건 시대 개막을 지원했다.

지난 8년 부시 집권기에 많이 소진되긴 했지만 워싱턴에는 이데올로기 측면에서 여전히 신보수주의(neo-conservative) 진영의 영향력이 남아 있다. 이러한 것들은 모두 미국 정치에서 아직은 가치에 기반을 둔 정치가 만만찮은 영역을 차지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그러나 한국 정치는 미국보다는 유럽의 상황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이번 총선에서 좌에서 우로의 권력 이동은 어떻게 보면 정치가 정상적으로(normalize) 움직이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 것이고, 그런 면에서 건전한(healthy) 결과로 볼 수 있다.

이숙종= 미국 정치로 돌아가 보자. 이번 미국 대선 결과를 어떻게 예측하고 있나.

카젠스타인= 글쎄(웃음). 지난해 11월 이후 많은 대선 결과 전망이 있었지만 모두 틀렸지 않나. 그래도 이야기를 해 보자면 민주당 경선의 경우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이 이길 것이라는 많은 예측에도 불구하고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은 여전히 만만치 않은 도전자다.

만의 하나 힐러리가 이긴다면 미국 정치는 90년대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그는 공화당을 단결시킬 유일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보수주의자들은 힐러리에 대한 반감 때문에 그가 장악한 정부의 정책 집행에 사사건건 맞서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이숙종= 그럼 미국 유권자들이 오바마나 힐러리 중 누가 후보가 되더라도 민주당을 찍을 것으로 보나.

카젠스타인= 그건 누구도 알 수 없다. 하지만 이라크 전쟁 실패, 최악의 경제 상황, 그리고 인기가 바닥인 현 대통령을 생각하면 민주당 쪽이 유리할 수는 있다. 물론 민주당 지지자들이 현재 두 명의 후보 때문에 분열된 상황을 얼마나 봉합할지도 관심이다.

이숙종= 이제 한미동맹 문제다. 미국은 한국의 굳건한 동맹이었지만 2002년 대선 당시 드러났듯 한국민의 반미감정도 상당하다. 또 상대적으로 균형이 맞지 않았던 한미관계에 대해 최근 한국에서는 보다 동등한 관계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많다.

카젠스타인= 한미 양자 관계보다는 지역주의 틀, 특히 한일관계를 중심으로 살펴 볼 필요가 있다. 한일관계는 정말 중요하다. 일본은 지난 수십 년 간 미국 입장에서 되돌릴 수 없을 정도로 이상적인 관계가 됐다. 미국 입장에서 두 나라 모두 중요하기는 하지만 정치역학상 한국을 일본보다 우위에 둘 수 없다.

미국은 일본과는 확고한 관계를 맺고자 하고, 중국을 끌어들이고(engage), 호주를 포함시켜 아시아에 민주주의의 원(arc)을 만들고자 한다. 한국은 이런 의도를 전략적으로 숙고해야 한다. 반미감정도 미국과의 관계에 깊은 영향을 미치는 요소이기 때문에 잘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숙종= 한ㆍ중ㆍ일 삼각 동맹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모두 상대 위에 군림하려는 정책적 경향이 있어 어렵다. 한국은 두 나라 사이에서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까.

카젠스타인= 균형은 그렇게 좋은 정책은 아닌 것 같다. 왜냐하면 그건 힘의 균형(balance of power)이라는 말과 너무 유사하기 때문이다. 한국 입장에서 힘의 균형에 너무 많은 신경을 쓰는 것은 최선의 이익이 아니다. 오히려 두 나라 사이에서 가능한 한 중재자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본다.

아시아에는 여전히 중국이 너무 거대하다는 오해가 있는 것 같다. 중국의 잠재 성장력은 대단하고 향후 20~30년 내에는 거대한(huge) 국가가 될 수 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일본이 국내총생산(GDP) 면에서는 아시아 최고 수준 아니냐. 한국은 힘의 균형자 역할을 피해야 하고, 중국과 일본 사이에서 등거리 전략을 택해야 한다.

이숙종= 중국의 잠재력은 무얼까. 최근 티벳 독립문제가 부각되고 있는데.

카젠스타인= 중국은 여전히 극복해야 할 문제가 많다. 특히 티벳 문제는 중국 정부가 현안에 대해 얼마나 비효율적으로 대비해 왔는지 극명히 보여 준다. 2008 베이징(北京) 올림픽을 계기로 국제사회에서 대대적인 문제 제기가 있을 것이라는 점은 누구나 알고 있었다.

그런데 중국은 국내 언론만 통제하면 된다고 보면서 기술의 힘을 과소평가했다. 중국은 이제 앞으로도 많은 국내 문제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다수민족 환경오염 인권문제에서 앞으로 좁은 시각의 비효율적 정책이 집행된다면 중국의 전체적 국력에 심대한 타격을 줄 것이다.

이숙종= 지난 10년 간 한국의 진보정권은 북한에 대해 포용ㆍ화해정책을 펼쳤다. 하지만 새 정부는 북핵 문제가 해결된 뒤에야 경제 지원을 하겠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있다. 북한 문제 해결책과 한국 정부의 입장은 무엇이 돼야 하나.

카젠스타인= 어제(9일) 개성을 다녀왔다. 눈으로 보기만 했는데도 북한은 80년대 동독이나 동유럽과도 다르다는 점이 충격이었다. 북한은 스스로 자부심이 높은 것 같았다. 매우 조직화했지만 억압적 분위기의 사회라는 점이 동유럽 위성국가와는 확연한 차이였다. 하지만 북한을 비이성적이라고 볼 이유는 없다.

오히려 올바른 행동과 정책을 펼칠 수 있도록 돕는 게 필요하다. 조심스럽게 정제된 언어가 행동보다 더 중요할 수 있다. 80년대 데탕트 분위기에서 독일은 데탕트가 동ㆍ서독 분할 정책이라고 생각했지만 결국 데탕트가 동독의 빗장을 여는 데 결정적이었다.

물론 지금은 북핵 문제처럼 다뤄야 할 현안이 있다는 점이 독일과는 차이가 있다. 중요한 것은 한국민들은 한반도 통일에 희망을 갖고 있고, 한반도 통일이 두 나라 관계의 안착(soft landing)을 통해 가능하다는 점이다.

■ 피터 카젠스타인 미 코넬대 교수

1만5,000여명의 학자를 회원으로 둔 미국 정치학회(APSA) 차기(2008, 2009년) 회장이다. 또 코넬대에서만 35년 동안 강의를 해 온 국제정치와 비교정치 분야의 세계적 석학이다.

<세계정치에서의 반미주의> <동아시아의 지역주의, 일본을 넘어서> 등 32권의 저작이 있다. 카젠스타인 교수는 정치경제에서 시작해 국가안보 연구, 최근에는 동아시아와 유럽에서의 지역주의 연구 등으로 각광을 받는 학자다.

이번 동아시아연구원(EAI) 초청 한국 방문에서는 동아시아 지역주의 속에서 중국 위협론의 오해 등을 강연하고, 한국정치학회 이정희(한국외국어대 교수) 회장 등을 만나 한미 정치학계 협력 방안도 논의했다.

■ 이숙종 성균관대 교수

대담자로 나선 이숙종 EAI 원장은 하버드대에서 사회학 박사 학위를 받았고, 한국 정치와 동아시아 외교안보 현안을 다루는 국내 대표적 씽크탱크인 EAI 원장을 맡고 있다. 성균관대 국정관리대학원 교수로 한국과 일본의 정치경제, 국정관리, 시민사회 분야 등에서 연구 성과를 인정받고 있다.

정리=정상원 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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