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 인수ㆍ합병(M&A)시장의 대어로 꼽히는 대우조선해양, 현대건설, 하이닉스반도체 중 가장 먼저 팔리는 기업은 어디가 될까.
기업구조개선작업(워크아웃) 졸업 기업들의 정부지분 매각 순서를 놓고 산업은행, 외환은행, 우리은행 등 주채권은행들의 견해가 크게 엇갈리고 있다.
13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최근 산업은행이 현대건설 매각을 적극 추진해 온 외환은행의 요구를 외면하고 대우조선해양을 매물로 내놓은 데 이어, 우리은행 박해춘 행장은 가장 매각하기 어렵다는 하이닉스부터 팔자고 제안했다.
박 행장은 이날 "대우조선과 현대건설은 인수 기업이 많아 매각이 쉽게 진행될 수 있으나, 하이닉스는 인수기업을 찾기가 어렵고 기술유출 방어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해 매각을 진행해야 돼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기 때문에 가장 먼저 서두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산은이 진행하는 대우조선 매각과 겹친다는 지적에 대해선 "두 회사가 업종이 다르기 때문에 동시에 진행할 수 있다"며 "총선이 끝나 정치적 불투명성이 해소된 만큼 하이닉스의 매각을 신속히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하이닉스의 3대 주주인 산업은행은 3월 말부터 추진 중인 대우조선 매각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산은 관계자는 "하이닉스는 아직 구입 의사가 있는 주체가 나타나지 않았다"면서 "매각을 추진한다고 해서 없던 원매자가 갑자기 나타나겠느냐"는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관건은 하이닉스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의 입장이다. 외환은행은 2006년 5월 현대건설이 워크아웃을 졸업한 직후부터 줄곧 현대건설을 가장 먼저 매각하자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3월 말 갑자기 산은이 대우조선을 먼저 매각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이 같은 계획은 물거품이 됐지만 외환은행은 아직도 현대건설 매각 의지를 포기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리처드 웨커 행장은 최근 "경영이 정상화된 기업을 은행이 오랫동안 지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매각 의지가 꺾이지 않았음을 드러냈다.
한나라당이 총선에서 승리한데다 산은 김창록 총재가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그 동안 산은이 현대건설 매각 지연의 이유로 제시했던 '옛 사주 문제'도 풀리지 않겠느냐는 기대감도 있다. 옛 사주 문제란 현대건설을 매물로 내놓을 경우 과거 부실에 책임이 있는 현대그룹이 다시 인수해도 되는지를 둘러싼 논란이다.
다만 산은이 계속 현대건설 매각에 회의적일 경우 외환은행도 하이닉스 매각을 우선 추진하자는 박 행장의 제안을 검토할 가능성이 있다.
외환은행 자체를 매각해야 하는 대주주 론스타 입장에서는 어떤 지분이든 빨리 매각해서 이익을 냄으로써 외환은행 주가도 올리고 배당도 받기를 원할 것이기 때문이다. 외환은행은 현대건설과 하이닉스의 1대주주이고, 우리은행과 산업은행은 2ㆍ3대주주이다.
최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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