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의 임시국회 소집 요구는 다면적 포석이다. ‘놀고 먹는 국회’라는 국민의 곱지않은 여론을 선점하고 민생법안 처리라는 명분도 확보하며 총선 이후 어지럽게 표출되고 있는 정치권의 도전을 우회적으로 제어하는 실리적 계산도 깔려있는 것이다. 이 대통령의 ‘쉬지 않고 일하는’ 스타일에도 딱 맞다. 총선 후 다음 국회의 개원까지 휴업하면서도 월급을 챙기던 과거 관행을 깨뜨리자는 것이다.
사실 총선으로 미뤄진 각종 법안들이 조속히 국회에서 처리될 필요는 있다. 그렇더라도 임시국회 제의는 결과적으로 정치적 복선을 내포하고 있다. 민생법안을 처리하자는 명분으로 야당이 한반도 대운하를 향해 십자포화를 퍼붓고 있는 기세를 누그러뜨릴 수 있다. 야당이 응하면 임시국회 정국이 되고 이를 반대하면 여야의 전선은 대운하에서 임시국회로 이전된다.
한나라당 내부 갈등에 대한 해법이기도 하다. 이 대통령이 “친이는 없다”고 공언했지만 그것만으로 계파대립이 없어질 리는 만무하다. 당장 친박연대와 친박 무소속의 복당 문제가 시한폭탄으로 존재하고 있다. 이를 억제하는 데도 민생국회가 유효하다. e윈컴 김능구 대표는 “주요 측근들이 대거 낙선한 이 대통령으로서는 강력한 정치적 지원을 받기 어렵다”며 “임시국회를 통해 인물 중심의 계파정치가 아니라 이슈 중심으로 작동하는 ‘시스템 정치’의 가능성을 탐색해 보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17대 국회 다수당인 통합민주당이 반대하고 있어 국회 개회 전망은 불투명하다. 손학규 대표는 이날 “이명박 정부가 사전협의도 하지 않고 압박하고 있다”며 “야당에 직접 얘기해야지 언론을 통해 임시국회를 열어 달라고 하는 것은 정도(正道)가 아니다”고 말했다. 손 대표는 그러나 “민생ㆍ경제법안 처리를 위해 야당과 진지하게 논의하겠다면 언제든지 적극 협조할 자세가 돼있다”고 말해 협조 가능성의 여지를 남겼다.
문제는 민주당이 임시국회를 반대하는 주된 이유가 이 대통령의 절차적 결례만이 아닌 내용적 시각차 때문이라는 데 있다. 민주당은 이 대통령이 말한 시급한 법안이 민생법안이 아니고 친(親)재벌, 친(親)부자 법안으로 인식하고 있다. 금산법, 공정거래법 등의 규제완화가 기업을 위한 것이지, 서민이나 일반 국민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임시국회가 열려도 여당이 원하는 대로 법안처리가 이루어지기 힘든 상황이다. 더욱이 민주당은 조기전당대회 가능성도 있다. 임시국회가 열려도 결과물을 내놓지 못하는 불임 국회가 될 공산도 크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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