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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협치(協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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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협치(協治)

입력
2008.04.11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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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사회가 직면한 난제 가운데 정부 단독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것들이 수두룩하다. 신자유주의가 주장하는 작은정부 개념과는 또 다른 정부의 한계다. 그래서 많은 나라들이 관련 단체나 비정부기구(NGO) 등 시민사회세력과 손을 잡고 공공의 이슈를 풀어나간다. 시민사회가 정부 통치의 대상이 아니라 수평적 관계 속에 정부와 함께 문제를 해결해 가는 것이다. 사회과학에서는 이런 방식의 공공문제 해결을 정부에 의한 일방적 통치(governing)개념과 구별해 거버넌스(governance)라고 부른다.

▦ 학자들 사이에서도 거버넌스의 개념에 대해 명확하게 합의된 정의는 없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대화와 협상, 조정을 통한 문제해결 방식의 뜻으로 많이 사용되는데, 김대중 정부가 시작한 노사정위원회는 그런 거버넌스의 한 예라고 할 수 있겠다.

요즘엔 중앙정부뿐만 아니라 지자체 차원에서도 환경, 복지, 노동, 교육 등 광범한 분야에서 거버넌스적 접근이 시도되고 있다. 세계화, 지역화시대를 맞아 국경을 넘나드는 거버넌스 활동도 활발하다. 거버넌스의 의미를 완벽하게 전달하는 우리말 번역어는 없지만 ‘협력적 통치’의 줄임말인 ‘협치’(協治)가 비교적 널리 쓰인다.

▦ 청와대의 한 관계자가 이명박 대통령이 4ㆍ9총선 민심을 반영한 새로운 통치모델로 ‘협치’를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거버넌스의 협치와는 거리가 먼 개념이다. 문맥 상으로는 총선을 통해 확인된 박근혜 전 대표의 실체를 인정하고 당과 정국 운영에 참여시키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구체적으로 박 대표와 협치할 내용이 무엇인지 모르겠으나 굳이 ‘협치’라는 생소한 용어를 끌어다 댈 필요가 있나 싶다. 이 대통령이 대선 후보경선 및 대통령 당선 후와 총선 공천갈등 와중에 박 전 대표와 만나 확인했던 상호 신뢰, 또는 동반자적 관계를 어떻게 실천하느냐의 문제일 뿐이기 때문이다.

▦ 이 대통령이 보다 관심을 기울여야 것은 정치공학적 협치가 아니라 일반 국민과의 협치다. 대운하 문제야말로 일반 국민, 시민사회와 함께 풀어나가야 할 사안이다. 200석을 넘은 보수 의석과 한나라당 일색의 지자체들에 기대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싶은 유혹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다양화, 다극화, 글로벌 시대인 지금은 개발시대와는 다른 문제해결 방식을 찾아야 한다. 거버넌스적인 접근이 꼭 진보정권의 전유물은 아니다. 이명박 정부도 본래 의미의 ‘협치’에 대해 진지하게 모색해 볼 필요가 있다.

이계성 논설위원 wk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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