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의 핵심 공약인 한반도 대운하는 입법 과정에서 진통이 불가피해 보인다. 18대 국회 구성이 무척 불리하기 때문이다.
대운하를 효과적으로 추진하려면 국회에서 특별법을 만들어 법적으로 뒷받침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하천 바닥을 파내고 50톤이 넘는 배를 띄우기 위해서는 수도법 하천법 등 개정해야 하는 법률이 무려 58개에 달해 개별 입법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특히 이 대통령 임기 중에 첫 삽을 뜨기 위해서는 효력이 다른 법보다 우선하는 특별법이 꼭 필요하다.
한나라당은 지난해 말 총선에서 승리한 뒤 ‘대운하 추진 특별법’을 제정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예상대로 선거에서는 이겼지만 난감한 상황이 벌어졌다. 반대하는 의원이 훨씬 많아 승자의 전리품으로 여겼던 대운하를 마음대로 챙길 수 없게 된 것이다.
우선 당 내부 사정부터 녹록치 않다. 총선에서 153명의 당선자를 배출했지만 지난해 당 경선을 거치면서 대운하 건설에 반대했던 박근혜 전 대표 측이 33명에 달한다. 이들을 제외하면 대운하에 찬성하는 의원은 120명에 불과하다. 법 제정에 필요한 과반의석(150석)에 턱없이 모자란다.
반면 통합민주당 친박연대 자유선진당 민주노동당 창조한국당 등 야당들은 하나같이 대운하 반대 입장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친박 및 민주당 계열의 무소속 당선자들도 대부분 운하 건설에 부정적이다.
앞서 친박계 한나라당 의원까지 합치면 모두 173석에 달해 한나라당이 국회에서 일방적으로 특별법을 밀어붙이는 것은 사실상 물건너간 상태다.
이뿐 아니다. 총선이 끝나자 야당들은 기다렸다는 듯 일제히 정부 여당을 향해 대운하 반대 공세를 퍼붓고 있다. 이참에 대운하 논의에 대해 쐐기를 박겠다는 각오다.
손학규 대표는 11일 “한반도 대운하는 이미 총선에서 국민의 심판을 받은 것”이라며 “더 이상 추진할 생각 말고 끝내겠다는 입장을 정부가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총선에서 대운하 반대 선봉장으로 나섰던 창조한국당 문국현 대표는 10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나라당 내부에도 대운하 건설에 반대하는 의원이 30%나 된다”며 “대운하에 반대하는 범정당 정책 연대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노동당도 ‘대운하 저지 정당대표회담’을 제안하며 한나라당을 압박하고 있다. 한나라당과 같은 보수계열로 분류되는 자유선진당도 “대운하는 결코 협력할 사안이 아니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일부에서는 국회에서 의석 대결이 가능하다는 견해도 나온다. 친박계 의원 중 일부는 대운하 찬성으로 돌아설 것이라는 주장이다. 한나라당의 한 의원은 “대운하는 일종의 아이콘에 불과하다. 친박 의원들은 경선 때 대운하가 아니라 이명박 후보를 반대한 것”이라며 “대국민 설득 작업을 통해 여론이 조성되면 의원들도 마냥 반대할 수만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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