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정동영, 김근태. 이번 별들의 전쟁에서 낙마한 개혁진영 별들의 전사자들이다. 이밖에도 임종석 등 그 명단은 끝이 없다. 개인적으로 가장 안타까운 것은 친북과 민족지상주의의 낡은 진보를 대신할 새로운 진보를 내세웠던 진보신당의 노회찬, 심상정 등 진보진영의 차세대 스타들이 줄줄이 낙마한 것이다.
이번 총선으로 냉전적 보수세력의 전성시대가 다시 열리게 됐다. 그러나 이를 넘어서 떠오르는 것은 ‘탈분점 정부’와 ‘급회전의 정치’라는 두 개의 화두이다.
■ 4년 만에 재현된 여대야소
1987년 민주화 이후 한국정치의 특징은 여러 가지로 이야기할 수 있지만 그 중 하나가 분점정부이다. 과거 독재시절의 경우 여당이 행정부와 입법부를 모두 장악하고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다. 그러나 87년 이후는 그것이 아니다. 입법부는 야당이 장악해 권력이 분점된 것이다. 쉽게 말해 여소야대의 정국이었다.
이는 지역주의에 의한 다당구조로 인해 여당이 국회의 다수 의석을 차지하기 어려운 데에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 게다가 오랜 독재를 경험한 국민들이 여당을 견제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됐기 때문이다.
88년 총선에서 첫 여소야대 정국이 선보이자 어려움이 많았던 노태우 정권은 3당 통합을 통해 분점정부를 극복했다. 그러나 이것도 잠시였다. 김영삼 정부의 정계은퇴 압박에 저항해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가 탈당을 하자 96년 총선에서 분점정부현상이 다시 생겨났다. 결국 김영삼 정부는 야당 의원들을 각종 협박과 감언이설로 영입해 이를 벗어나야 했다. 김대중 정부는 더욱 심해 임기 내내 거대 야당인 한나라당의 견제에 고통을 받아야 했다. 노무현 정부도 초기의 경우 마찬가지였다.
이 같은 분점정부가 처음으로 극복된 것은 2004년 총선이었다. 거대야당의 견제는 결국 탄핵이라는 미증유의 사건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에 대한 거대야당의 상식 이하의 지나친 견제에 대한 국민의 분노는 거대한 역풍으로 발전해 2004년 총선에서 노무현 정부의 열린우리당이 과반수 의석을 여유 있게 넘겨 행정부와 입법부를 모두 장악했다. 한국의정 사상 처음으로 독재세력이 아닌 자유주의세력이 국회의 과반수 의석을 차지했고, 1987년 이후 처음으로 선거에 의해 분점정부가 아닌 통합권력정부가 탄생한 것이다.
그러나 노정부는 신자유주의정책을 무비판적으로 추구해 양극화를 심화시킴으로써 민생 해결에 무능을 드러냈다. 나아가 국회의 과반수 의석을 가지고도 국가보안법 폐지 등 개혁 법안들을 통과시키지 못하는 무능을 보임으로써 개혁적 지지자들의 지지마저 잃어버리고 말았다.
그 결과가 이번 총선결과이다. 2004년 총선에서 탄핵에 대한 분노로 급회전을 해, 개혁정부에 과반수 이상의 의석을 몰아줬던 유권자들이 개혁세력의 무능에 분노해 이번에는 한나라당, 나아가 친박 무소속연대 등 냉전적 보수세력에 표를 몰아줬다. 2004년 총선에 이어 또 다시 급회전을 한 것이다. 그리고 2004년 총선에 이어 여당을 지지해 탈분점정부를 택한 것이다.
■ 민심 급회전은 예측 어려워
이제 국민들이 87년 이후 지속된 여소야대 정국에 싫증이 나 견제보다는 안정을 택함으로써 한국정치는 본격적인 탈분점 정부시대로 들어선 것인가. 유권자들이 특정 정치세력을 지지했다가 이들에 실망해 또 다른 정치세력의 지지로 급변하는 급회전의 정치가 이제 한국정치에 자리 잡게 된 것인가. 아직 단정적으로 이야기하기는 이르다. 그러나 그 같은 징후들이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행정부와 입법부를 모두 장악한 한나라당이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우선 46%의 투표율에 37.4%의 득표이니 유권자 5명중 4명은 한나라당을 찍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둘째, 2004년과 이번 총선의 결과가 보여주듯이 민심은 언제 급회전을 할지 모른다는 점이다.
손호철 서강대 정외과 교수
<저작권자 ⓒ 인터넷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저작권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