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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민주당, 정체성부터 다시 확립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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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민주당, 정체성부터 다시 확립해야

입력
2008.04.11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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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파적 이해를 떠나 민주당의 진로와 위상에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한나라당의 과반 의석을 포함해 보수성향 의석이 200석을 넘는 국회에서 최소한의 견제세력으로서 역할을 다해야 할 정당은 현실적으로 민주당밖에 없기 때문이다. 나아가 대선에 이어 4ㆍ9 총선에서 확인됐듯이 전반적으로 보수화한 우리 사회가 보수-진보의 균형을 찾아가는 데도 민주당의 역할이 필요하다.

민주당의 81석이 불리한 여건에서도 확보한 최소한의 견제 교두보라는 평가도 있다. 그러나 민노당과 창조한국당, 진보성향의 무소속을 다 합쳐도 숫자상으로는 한나라당의 독주를 막기 어렵다. 과거처럼 몸으로 막는 데도 한계가 있다. 결국 국민과 여론의 지지를 이끌어 낼 때라야만 견제세력으로서의 의미를 가질 수 있다.

민주당은 총선 패배 후 지도체제 재편 등을 둘러싸고 내홍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전당대회 개최시기와 지도부 구성 방식 등에 대해 의견이 엇갈리는 것이다. 손학규 대표와 정동영 전 장관을 비롯한 간판급 인사들이 대거 낙선한 마당에 가건물같았던 지도체제 정비를 서두르는 것은 당연하다. 손 대표는 이미 대표경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러나 지도체제 재편만으로 활로가 열리기 어렵다는 것은 너무나 명백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진보개혁세력 정당으로서의 정체성 재확립이다. 열린우리당과 구 민주당, 시민사회세력이 이합집산을 거듭해 ‘정통 민주세력’의 외피를 두르긴 했지만 국민들에게 비전과 신뢰를 주는 데 실패했다. 무엇보다 민주당은 서울과 수도권 참패의 의미를 잘 알아야 한다.

이번 패배는 바로 이 지역에서의 참패 탓이다. 민주 대 반민주 대결 구도는 사라진 지 오래이고, 진보 대 보수의 싸움이라고 보기도 어려울 만큼 서울과 수도권의 민심 환경은 급변했다. 그것이 뉴타운과 특목고 등으로 대표되는 이기적 동기이든, 다른 무엇이든 이런 변화까지를 수용한 변신이 필요하다.

당의 정체성 재정립은 변신과 각성 속에서 전향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유효기간이 지난 고식적 진보로 돌아가거나 변화한 민심과 정치환경을 따라잡지 못한다면 견제세력이나 대안세력으로 거듭 날 가망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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