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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그리스 대문호 '니코스 카잔차키스' 전집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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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그리스 대문호 '니코스 카잔차키스' 전집 출간

입력
2008.04.11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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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코스 카잔차키스(1883~1957)의 반세기 문학 인생을 정리한 전집이 출간됐다. 우리에겐 <그리스인 조르바> 로 잘 알려진, 크레타 출신의 이 그리스 작가는 동양 불교사상과 니체, 베르그송의 서양 생(生)철학에 대한 깊은 조예, 말년까지 계속된 도저한 방랑과 견문을 바탕으로 ‘20세기 문학의 구도자’란 별칭을 들을 만큼 웅숭깊은 문학 세계를 세웠다.

카잔차키스의 국내 전집은 ‘고려원’(1997년 폐업)에서 1981~93년 소설, 서사시, 자서전, 서간집 등 11종 14권으로 완간했지만 지금은 모두 절판된 상태다. 2000년 첫 기획 이래 8년 여만에 나온 이번 ‘열린책들’ 전집은 고려원 판에다가 장편 2종, 단편집 1종, 희곡(집) 2종, 여행기 6종을 보태 명실상부한 전집의 형태를 갖췄다. 고려원 판과 목록이 겹치는 11종에선 이윤기ㆍ안정효씨 번역작 7종을 살리고 나머지는 새롭게 번역했다.

책임 편집자인 열린책들 이소영씨는 “그리스어 원전과 영어판 중역을 고민하다가 영어판 다수가 카잔차키스 권위자들에 의해 번역된 점을 감안해 중역을 택했다”며 “영역되지 않은 짧은 희곡 몇 편을 뺀다면 이번 전집은 카잔차키스 문학 전체를 망라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책 말미엔 영역자들의 전문적 작품 해설과 작가 연보가 실려 있어 감상에 도움을 준다.

소설(10종 15권) 중 단편집은 카잔차키스의 처녀작 ‘뱀과 백합’(1906)을 비롯한 초기작들이 실려 있다. 여기엔 생명의 본질 탐구, 정신적 해방 추구 등 작가 필생의 화두가 담겨 있어 거장의 문학적 모태를 엿보게 한다.

1940년대 중반 조국의 우경화를 피해 유럽으로 망명한 이후 발표한 장편 <수난> <미할리스 대장> <최후의 유혹> <성자 프란체스코> 는 불교, 실존주의, 공산주의 등 사상적 편력을 거쳐 종교ㆍ신화의 세계에 도달한 작가의 만년 걸작들이다.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영화로도 만들어진 <최후의 유혹> 은 예수의 인간적 고뇌를 부각시켜 1954년 교황에 의해 금서로 지정되기도 했다.

<오디세이아> (전3권)는 작가가 1925년에 착수, 일곱 번을 고쳐 쓴 끝에 38년 발표한 대서사시다. <신곡> <파우스트> 등 서양 고전을 그리스어로 옮긴 일급 번역가였던 카잔차키스는 직접 번역하기도 했던 호메로스 서사시 <오디세이아> 의 끝을 이어 오디세우스의 새로운 고난사를 장장 3만3,333행-본디 작품의 세 배 규모-에 걸쳐 써내려갔다.

같은 작품을 모티프로 한 제임스 조이스의 장편 <율리시스> (1922)와 곧잘 비견되는 이 걸작에서 그는 신화와 현대를 활달히 넘나들며 귀향자 아닌 자유인으로서 오디세우스를 자리매김한다.

6종의 여행기도 눈길을 끈다. 작가는 1907년 파리 유학을 시작으로 유럽ㆍ아시아 지역을 두루 다니며 견문의 기록을 남겼다. <러시아 기행> 은 당시 많은 서유럽 지식인처럼 공산주의에 경도됐던 그가 1925~29년 신문사 특파원 및 개인 자격으로 소련을 세 차례 방문하며 쓴 글이다.

사실ㆍ관찰에 충실한 이 기행문은 소련 여행 중 감회와 예감을 부각시킨 소설 <토다 라바> 와 짝을 이룬다. 1935년 2~5월 동아시아 여정은 <일본ㆍ중국 기행> 에 담겼다. 사쿠라(벚꽃)ㆍ고코로(마음)ㆍ테러(공포)란 세 키워드로 일본의 문화 및 군국주의를 짚어내는 작가의 눈썰미가 흥미롭다.

전집엔 희곡집도 2권 포함됐다. 이중 <붓다> 는 카잔차키스가 1941년 착수해 2년 뒤 완성한 장막 희곡이다. 1차대전 직후 빈에서 불법(佛法) 공부를 했던 그는 1940~41년 이탈리아ㆍ독일군의 잇따른 그리스 침공을 겪으며 벼려낸 생사관을, 양쯔강의 범람에 직면한 마을을 무대로 형상화한다.

<영혼의 자서전> (전2권)은 터키 점령하의 크레타에서 보낸 유년 시절과, 스스로 ‘크레타의 경지’라 이름 붙인 초월 정신에 닿고자 한 인생 여정의 회고다. 건조하고 객관적인 생애 기록이란 통상의 자서전 형식에서 비껴나 삶 구비구비의 격정과 통찰이 선연히 표현됐다.

작가의 아내(엘레니 카잔차키)는 “다른 사람들에 대해 얘기할 땐 보았거나 들은 그대로, 개인적 모험담을 적을 땐 약간의 수식을 보탠 글”이라고 설명했다. 엘레니가 남편이 생전 작성한 편지들을 연대기적으로 보여주며 해당 시기에 있었던 일을 덧붙인 독특한 형식의 전기 <카잔차키스의 편지> (전2권) 역시 대문호의 삶과 인간적 면모에 접근하는 데 유용하다.

이훈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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