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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남해의 봄 절정 "새하얀 꽃비 눈부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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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남해의 봄 절정 "새하얀 꽃비 눈부셔라"

입력
2008.04.11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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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정이다. 폭죽처럼 터지는 꽃망울. 하늘하늘 하얀 꽃비가 흩날린다. 전국의 산하가 황홀한 꽃사태에 넋을 잃고 있다.

‘주저앉으면 그곳이 경승지’라는 경남 남해. 벚꽃이 온 섬을 휘둘렀고, 산비탈의 다랑이논에선 유채가 부수수한 노랑을 흩뿌리고 있다. 보리, 마늘의 청청한 초록과 튤립밭의 알록달록한 색의 향연까지. 절정의 봄은 남해에 한데 응축돼 있었다.

■ 온 섬이 벚꽃 천지

남해로 가는 길. 벚꽃은 미리 마중나와 있었다. 나비 모양의 남해 섬으로 가는 방법은 두가지다. 하동에서 남해대교를 건너가는 길과 사천에서 창선대교를 타고 넘어가는 방법이다. 두 길 모두 남해 섬이 바라보이는 해안엔 벚나무 가로수가 길을 감싸고 있다. 벚꽃 커튼 아래로 보이는 섬은 보석처럼 찬란히 빛나고 있었다.

섬에 난 모든 도로를 따라 벚나무가 심어져 있다. 벚나무가 가장 굵고 꽃이 화려한 곳은 남해대교에서 충무공 전몰유적이 있는 곳까지 5km 구간이다. 수년 전 이 길이 직선화하면서 구불구불한 옛길이 남았고, 한아름 되는 벚나무들이 한적한 꽃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차면마을 인근의 200m 되는 벚꽃터널이 그 하이라이트다. 차를 세우고 편안히 벚꽃에 취할 수 있다. 꽃그늘 아래엔 마을 아낙 몇 명이 옥수수와 마늘쫑 등 밭에서 캐낸 농작물을 팔고 있고, 꽃구경을 나온 이들은 어슬렁어슬렁 꽃향에 취해 걷는다. 유치원생들의 까르르 웃음 소리에 벚꽃잎들이 깜짝 놀랐는지 우수수 떨어진다. 마음을 둥실 띄워 올리는 황홀한 꽃비다.

남해대교 위, 섬의 중심인 금산 꼭대기는 원경으로 펼쳐진 남해의 벚꽃길을 감상하기 좋은 곳이다. 남해대교는 그 중간쯤이 최고의 뷰포인트다. 다리 아래로 섬의 가장자리를 감싼 하얀 구름띠 같은 것이 보인다.

장평저수지 주변의 벚꽃과 유채꽃

잔뜩 부풀어 오른 벚꽃의 행렬이다. 산자락 곳곳의 초록과 진달래의 연분홍과 한데 섞인 파스텔 톤의 벚꽃 풍경이 발걸음을 묶어놓는다.

남해에 왔으면 비단을 둘렀다는 금산(錦山)을 빼놓을 수 없는 일. 8부 능선까지 차로 오를 수 있다. 마을버스(편도 1,000원)도 운행한다. 차에서 내려 20분 정도면 그리 힘들이지 않고 정상에 오른다. 발 아래로 펼쳐진 남해의 도로. 구불구불 벚나무 꽃길이 꽃섬을 수놓고 있다.

■ 드므개 마을의 다랑이논 유채꽃

눈에는 절경인 남해 땅, 하지만 살기엔 그리 녹록지 않은 곳이다. 척박한 땅에서 억척스럽게 삶을 꾸려온 남해인들의 흔적은 국내에서 가장 가파른 다랑이논(다락논)에서 발견할 수 있다.

가천 다랭이마을 만큼이나 아름다운 다락논이 있는 곳은 상주해수욕장 인근의 두모리 드므개 마을이다. 금산 기암 봉우리의 기세가 급격히 치내려와 바다로 빠져드는 길목에 있다.

이 마을의 이름은 포구의 모습이 궁궐 처마 밑에 화재를 막는다는 의미로 물을 담아뒀던 큰 항아리 ‘드므’를 닮았다 해서 붙여진 것이라고 한다. 이 마을의 ‘다랑이 논배미’는 샛노랗다. 온통 유채꽃으로 넘실댄다.

마을 입구에서 만난 할머니께 여쭸다. “어쩌다 유채꽃을 심었나요?” “면에서 심으라 카데. 노는 땅에다.” 2005년부터 빈 농지에 유채를 심어 새로운 관광자원으로 만든 곳이다.

드므개 마을은 녹색농촌 체험마을로도 이름이 나기 시작했다. 그 해부터 농약이나 제초제를 쓰지 않는 친환경농법으로 농사를 짓고 있어 마을 한가운데를 흐르는 1급수 하천에서는 은어와 참게, 민물장어가 서식한다.

다른 다랑이논에서는 겨울엔 마늘, 여름에는 벼가 자란다. 그러나 드므개 마을에서는 봄에는 유채, 가을엔 메밀이 마늘과 벼를 대신한다. 소금을 뿌려놓은 것처럼 하얀 가을의 메밀꽃도 유채꽃 못지않은 장관을 빚어낸다.

■ 장평지 튤립 꽃밭

남해읍에서 남해대교로 가는 길, 이동면 다초리의 마늘박물관 인근 장평지도 아름다운 꽃세상이다. 작은 저수지 주변이 유채와 튤립, 벚꽃으로 뒤덮였다. 둑가에 모여있는 벚나무가 말간 물 위로 흰 꽃 그림자를 드리우고, 유채와 튤립이 벌이는 색의 향연이 한껏 분위기를 달아오르게 한다. 밤에는 청사초롱 등 다양한 조명을 밝혀 화사한 꽃들의 또다른 자태를 만끽할 수 있다.

■ 여행수첩

▲ 대전-통영 간 고속도로를 이용해 진주JC에서 남해고속도로로 갈아탄 후 사천IC나 진교IC, 하동IC 등을 이용해 남해로 진입할 수 있다. 사천IC에서 빠져나오면 사천 삼천포항에서 창선대교를 거쳐 남해섬의 동쪽으로 들어가고, 진교IC나 하동IC를 이용하면 남해대교를 타고 섬의 서쪽으로 진입한다. 서울에서 4~5시간 가량 소요.

▲ 남해대교 아래 설천면 노량리 일대에 횟집이 밀집해 있다. 남해대교를 바라보며 싱싱한 회를 즐길 수 있다. 남해 최남단 항인 미조항은 공주식당(055-867-6728) 등에서 맛볼 수 있는 멸치회, 갈치회가 유명하다. 막걸리로 씻어내 비린내가 없고 매콤하게 버무려져 입맛을 돋운다. 남해군청 문화관광과 (055)860-8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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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글ㆍ사진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 자연·레저·휴양 남해 여행 힐튼리조트

멀기만 했던 경남 남해는 이제 고급 휴양관광지로 거듭 태어나고 있다. 그 중심에 세계적인 브랜드인 남해 힐튼&스파 리조트가 있다. 남해섬 서쪽 해안가 구미나무숲과 인접한 곳에 있는 이 리조트는 2006년 오픈했다. 인기 드라마 <환상의 커플> 의 촬영지로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시원한 바다를 향해 멋진 샷을 날리고, 스파에서 온 몸의 스트레스를 풀면서 요트 등 수상스포츠까지 즐길 수 있도록 마련된 가족형 고급 리조트다. 170개의 객실, 18홀의 오션뷰 골프장을 갖췄다. 최상급 리조트이다 보니 방도 가장 작은 게 115㎡이다. 148㎡, 172㎡의 스위트룸이 있고 257㎡의 고급 빌라도 20채 있다. 건물들은 지극히 ‘모던’하다. 시멘트의 질감을 그대로 살린 회색빛 철제 구조물의 단순한 조형이 현대미술 작품을 보는 듯 독특하다.

리조트의 핵심은 골프장이다. 일부 땅을 깎고, 또 일부는 바다를 매립해 만든 골프장에 서면 바다 위에 떠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18홀 전체에서 바다를 조망할 수 있다. 요즘 웬만한 골퍼들에겐 “남해 가 봤냐”가 인사말일 정도.

‘더 스파’는 작지만 고급스러운 인테리어가 돋보인다. 특히 핫존, 쿨존 등을 갖춘 찜질방의 모던한 디자인은 찜질방도 이렇게 변신할 수 있구나 하는 감탄을 자아낸다.

힐튼 남해는 30일까지 ‘그린 패키지’를 선보인다. 디럭스 스위트룸 숙박과 뷔페 레스토랑 브리즈에서의 조식이 포함되고 더 스파는 무료 입장. 2인 기준 31만원부터. www.hiltonnamhae.com (055)863-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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