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발생 농장 기준 반경 3㎞ 이내의 모든 가금류를 살처분하는 첫날인 11일 전북 김제시 용지면 용수리 비룡마을. 산란계 6만 마리를 기르는 장모(56)씨 농장에서 방역복 차림의 공무원들이 닭장에서 꺼낸 닭을 15마리씩 마대 자루에 담고 있었다.
옆에서는 마대 자루에 이산화탄소를 주입시켜 닭을 질식사 시킨 뒤 영운기(개조 트럭)에 차곡차곡 쌓고 있었고, 포크레인은 굉음을 울리며 구덩이를 파고 있었다.
전북도 직원 박영운(45)씨는 “마스크를 쓰고 방역복 두 벌을 입은 뒤 목장갑, 비닐장갑, 고무장갑 3개를 끼고 악취가 심한 닭장에서 닭을 일일이 손으로 꺼내는 일은 무척 고되고 힘들다”며 “밤잠을 설칠 양계 농민들 생각에 자정 넘어서까지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방역당국은 이날 용지면 일대 4개 마을 농장의 닭 20만7,400마리를 매몰했다. 살처분 작업에는 김제시 직원 192명, 전북도 200명, 농축협 직원 40명, 농민단체 회원 36명 등 468명과 포크레인 6대, 영운기 6대가 동원됐다.
김제와 익산으로 연결되는 김제시 상동 석정마을 입구 18방역초소에서 차량 소독 및 가축 이동 통제 근무 중이던 김제시 직원 임형곤(44)씨는 “3일부터 비상근무체계에 돌입해 휴일도 없이 하루 3교대로 근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건식 김제시장은 “인력 부족으로 방역 작업이 한달 이상 걸릴 전망”이라며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어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방역당국은 고병원성 AI가 발병했거나, 발병이 확실한 정읍과 김제, 전남 영암의 가금류 농장에서 반경 3㎞ 이내의 모든 오리와 닭을 살처분하고 있다.
또 정읍과 김제는 반경 10㎞ 이내의 오리도 즉시 매몰하고, 영암은 고병원성으로 확인될 경우 살처분 범위를 10㎞ 이내 오리로 확대키로 했다. 전북에서 추가로 매몰 처리해야 하는 오리와 닭은 모두 174개 농가, 214만 마리에 달한다.
그러나 살처분 범위가 확대되면서 인력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살처분 범위 확대로 전북도의 경우 가금류 처분을 위해 연인원 1만여명이 투입돼야 할 것으로 방역당국은 추산했다.
이에 따라 공무원 군인 경찰관에 이어 인력시장의 인부들까지 동원할 계획이지만 인체 감염에 대한 우려로 상당수가 참여에 미온적이어서 매몰 작업에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한편 전남도는 나주의 4개 농가에서 집단폐사한 닭과 오리의 가검물 등을 채취해 축산기술연구소에서 간이검사를 한 결과 AI와 무관한 가금류 패혈증인 ‘리메렐라’와 ‘가금 티푸스’로 확인됐다고 이날 밝혔다.
또 전북 AI 발생 지역 인근 닭 농장에서 살처분 작업에 참여했던 한 공무원이 7일부터 발열 등 감기 증세를 보여 AI 감염 여부를 확인한 결과 음성으로 판명됐다고 보건복지가족부 질병관리본부가 이날 밝혔다.
김제=최수학 기자 sh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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