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기관장에 대한 물갈이 바람이 불고 있다. 새 정부가 4ㆍ9총선이 끝난 것을 계기로 부처별 산하 공기업 기관장 등에 대해 재신임을 묻는 사표를 낼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한다. 재신임 대상은 총 305개 공기업 기관장은 물론 이사 및 감사 등 총 1,000여명에 이른다.
한나라당이 10년 만에 정권을 잡으면서 최대 규모의 공기업 인사 태풍이 불어 닥친 셈이다. 이미 보건복지가족부는 보건산업진흥원장, 청소년수련원 이사장 등 대통령의 동의 절차가 필요없는 기관장의 사표를 수리했다. 또 국민연금관리공단 이사장 등 대통령의 동의가 필요한 기관장에 대해서는 행정안전부에 면직을 요청한 상태다.
지식경제부 산하 한국전력, 수출보험공사, 국토해양부 산하 대한주택공사, 토지공사, 노동부 산하 산업안전공단 등의 기관장들도 사표를 제출했거나 사의를 표명했다. 산업은행, 중소기업은행, 우리은행, 수출입은행 등 금융기관장들의 사표 제출도 잇따를 전망이다. 공기업의 인적 청산은 ‘새 술은 새 부대에’라는 격언처럼 정권 교체에 따라 불가피한 조치로 보인다. 대선 공로자와 총선 낙천 및 낙선자에 대한 배려도 빼놓을 수 없다.
퇴진 대상은 정치권에 줄을 대고 자리를 차지한 낙하산 인사들과 참여정부 이념 확산에 앞장선 코드인사들이 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한다. 새 정부의 공기업 개혁을 위해서는 이들의 퇴진이 마땅하기 때문이다. 경영실적이 부진하고, 비리 의혹이 제기된 인사들도 물러나야 한다.
하지만 ‘옥석(玉石)’은 당연히 가려야 한다. 보건산업진흥원처럼 이념과 아무 관련이 없거나 전문성을 바탕으로 경영 능력을 발휘하는 기관장들에 대해서는 계속 일하게 해 주어야 한다. 전 정권에서 임명됐다는 이유만으로 경영 실적이나 기관 운영에 아무 문제가 없는 인사들을 쫓아내면 제2의 코드 인사 논란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정권에 대한 논공행상으로 낙하산 부대를 마구 보낸다면 공기업 개혁은 물 건너갈 것이다. 경영능력과 전문성이 필요한 공기업 기관장은 엄격한 인선 기준과 투명한 절차를 거쳐서 뽑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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