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제]
제시문 (가)에 드러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제시문 (나)를 바탕으로 하여 노동자의 새로운 역할 가능성에 대해 논술해 보시오. (1,200자 내외)
[제시문]
(가) 컴퓨터 혁명과 작업장 리엔지니어링의 효과는 제조업 부문에서 가장 심각하다. 칼 마르크스가 세계 노동자의 단결을 호소한 지 147년 이후, 프랑스 미테랑 대통령의 기술 자문이자 장관인 아탈리(Jacques Attali)는 ‘노동자 시대의 종말’을 주장했다. “기계가 새로운 프롤레탈리아이다. 노동 계급에게는 해고 통지서가 발부되고 있다.”
자동화의 가속화는 세계 경제를 급속하게 무인 공장화하고 있다. 1981년에서 1991년 사이 미국의 제조 부문에서 18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독일의 제조 부문의 경우 92년에서 93년 사이 단 12개월 동안에 5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제조 부문 일자리의 감소는 기계에 의한 인간대체의 장기적 추세의 일부이다. 50년대에는 미국 전체 노동력의 33%가 제조 부문에 고용되어 있었는데, 그 수치는 60년대에 30%로, 80년대에는 20%로 떨어졌으며, 현재는 17% 미만에 이른다.(이하중략)
말을 이해할 줄 알고 원고를 쓰며 예전에 했던 일들을 수행할 줄 아는 컴퓨터는 서비스 산업이 점점 더 자동화의 영역 하에 있게 되는 새로운 시대를 예고한다. 서비스 산업의 컴퓨터화와 자동화가 겨우 시작 단계이나 생산성과 고용에 영향을 미치면서 이미 경제 상태에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모건 스탠리의 경제학자 로치(Stephen Roach)는 서비스 산업은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미국의 무한한 동력으로서의 역할을 상실해 왔다고 말하고 우리가 아직까지 서비스 산업을 대체할 새로운 산업의 출현을 보지 못했다고 경고를 보내고 있다. 뉴욕 시와 같은 세계적인 서비스 중심지가 새로운 전자 혁명의 경제적 충격을 느낄 수 있는 최초의 장소가 되어 왔다.
뉴욕 시의 경제는 90년 회복되었으며 실업률의 상승과 빈곤 등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번성하고 있다. 리엔지니어링과 새로운 정보 기술은 세계 최고의 서비스 센터에서 일의 본질을 바꾸어 놓고 있다. 서비스 산업은 좀 더 적은 인력을 가지고 생산성 및 이익에 있어서는 급속한 향상을 경험하고 있다.
우리는 다음의 사실들을 확신한다. 우리는 재화와 서비스의 생산에 있어서 기계가 점차 인간 노동력을 대체하는 역사상 새로운 시기로 진입하고 있다. 비록 일정표를 예측하기는 곤란하지만 우리는 자동화된 미래의 확실한 코스에 놓여있고 21세기 초반에는 최소한 제조업에 있어서는 거의 무노동의 시대로 진입할 것이다. 서비스 분야도 비록 자동화가 느리겠지만 21세기의 중반 경에는 거의 자동화된 상태로 근접할 것이다. 출현하고 있는 지식 부문은 대체된 노동력의 약간 부분을 흡수할 것이지만 실업 증대의 대세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다. 수억의 노동자들이 자동화의 세계화라는 쌍두마차로 인해서 ‘영구 실업자’로 전락할 것이다. 여전히 취업중인 노동자들은 남아 있는 일자리의 보다 공정한 분배와 생산성 증가분을 흡수할 적절한 구매력을 제공하기 위해서 더욱 더 적은 시간을 노동하게 될 것이다. 기계가 점차 노동력을 대체함에 따라 수백만의 노동자들이 경제적 과정과 시장의 족쇄로부터 자유로워질 것이다. 미사용 인간 노동력은 다가오는 시대의 중요한, 광범위한 현실이며, 모든 국가들이 제3차 산업혁명의 충격의 와중에서 문명화를 계속 추진하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당면하고 즉각적으로 해결해야할 이슈가 될 것이다. -제레미 리프킨, [노동의 종말]
(나) 정보 사회를 축복으로 맞이하기 위해서는 우선 두 가지 점이 고려되어야 한다. 첫째는 개방 사회를 사는 지혜가 무엇이냐 하는 문제이고, 또 하나는 해방된 정신적 자유를 어디에 어떻게 쓸 것이냐 하는 문제다.
개방 사회라는 말은 사람들이 타고난 계급이나 계층에 얽매이지 않고 개인의 능력과 노력에 따라 마음대로 진출할 수 있는 사회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서는 모두의 정보를 모두에게 개방하고 있는 사회라는 또다른 차원의 의미가 부가된다. 개방 사회에서는 모두의 정보를 공개 · 전달함에 따라 지도자와 국민 사이, 어른과 아이들 사이, 남자와 여자 사이에 신비와 외경의 베일이 없어진다. 전자 미디어 문화를 지속하는 한, 이 변질(變質)을 막을 수는 없다. 그리고 그 변질을 다 좋다고 할 수도 없으나 반대로 다 나쁘다고 몰아칠 수도 없다. 문제는 개방으로 변질해 가는 새로운 상황에 적합한 새로운 역할들을 찾는 일이다.
둘째는, 단순 정신노동에서 해방된 자유를 좀 더 인간적이고 생산적인 일에 써야 하는 문제가 있다. 사람들은 컴퓨터가 할 수 없는 일을 찾아 나서야 한다. 컴퓨터가 흉내낼 수 없는 발산적 사고를 이용한 예술적 창작과 감상, 지적인 창의와 모험, 도덕적인 재지향(再指向)과 통찰의 길을 가야 한다.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지식을 찾아 나가야 하며, 인간관, 사회관, 세계관을 새로운 상황과 정보에 적합하게 계속적으로 재주조(在住造)해 나가야 한다. 역설적(逆說的)으로 들리지 모르지만, 정보 테크놀로지 시대가 될수록 인문 교육이 필수적인 것이 된다. 자동 장치로 가득한 전자 시대는 사람들을 기계 시대의 고역(苦役)에서 해방시켜 주는 대신 사람들을 자아 실현과 사회 발전에 정신적 자원을 총동원하지 않으면 안 되게 한다. 테크놀로지에 의한 해방은 지적모험(知的冒險)과 예술적 탐구의 정열도 없고, 능력도 모자라는 인간에게는 도리어 허무감을 낳고 박탈감과 반항감으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범모, [정보 사회와 인간 생활]
*제시문, 제시문 분석 및 논제 분석의 전문은 EBSi 논술방(www.ebsi.co.kr)에 게재
[제시문 분석]
(가) 이 글은 기계가 노동자들을 축출하는 자본주의의 새로운 사회 변혁의 모습을 예고하고 있다. 피곤함도 모르고 임금도 필요 없는 기계들이 제조업을 넘어 서비스 산업까지 변모시키며 경이적인 기록을 세우며 노동자들을 내몰고 있다. 이제는 기계가 산업 생산의 대부분을 맡으며 고용 구조마저 변화시키는 시대가 온 것이다. 인간 노동의 시장 가치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할 시점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나) 이 글은 정보화 사회를 축복으로 맞이하기 위한 새로운 노동의 역할과 가치관의 정립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사회 변화는 필연적으로 그에 맞는 새로운 위치 감각과 역할이 필요하며, 컴퓨터가 할 수 없는 보다 인간적인 일을 찾아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논제 분석]
이번 논제는 (가)를 통해 정보 테크놀로지와 미디어 발전 과정에서 파생되는 노동자들의 실업과 몰락 과정을 인식하고, (나)를 바탕으로 노동에 새로운 역할을 부여하는 비전을 논증적으로 제시하는 것이다.
[논제에 대한 접근 방식]
우선 제시문(가)에서 제조업과 서비스업에 나타나는 기존 방식의 노동의 몰락을 파악한다. 그런 다음 제시문(나)에서 착상을 하여 새로운 노동자의 역할과 비전을 제안해 보는 것이다. 이제 노동자는 특정한 단순 작업이나 고전적인 자아 실현의 개념으로는 새롭게 펼쳐지고 있는 기술문명 사회에 적응할 수 없다. ‘개방성’과 ‘해방된 자유의 생산적 사용’이라는 방향에서 컴퓨터가 할 수 없는 문화, 예술, 복지(특히 상담, 의료) 분야 등에 새롭게 참여하는 노동 방식이 모색될 수 있겠다. 학생들의 자유롭고 창의적인 생각이 요구된다.
[예시 개요]
(1) 제시문 (가)에 드러나 있는 컴퓨터화와 자동화가 노동자의 생존과 근본적인 존재 이유마저 위협하고 있음을 지적한다.
(2) 노동자의 새로운 역할과 가치관이 모색되어야 함을 본격적으로 논의한다. 특히 (나)에 암시되어 있는 내용들을 창조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중요함.
(3)대안 1 : 새로운 가치관의 확립(발산적이고 인문적 사고의 확장, 새로운 공동체와 각종 협동 조합의 필요성 제기)
(4) 대안 2 : 새로운 직업 프로그램에 참여(예: 시민 소방수, 생명 윤리 감시자 등)
염재철ㆍEBS논술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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