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153석,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득세'로 압축되는 총선 결과를 바라보는 이명박 대통령의 생각은 복잡미묘한 듯 하다.
전날(10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낮은 자세로 섬겨야 한다는 점을 절감했다" "타협과 조정의 묘미를 발휘해 달라는 국민의 뜻"이라는 소회를 밝힌 것으로 보면 이 대통령은 박 전 대표측과 타협을 택할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11일의 이 대통령은 달랐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와 조찬을 겸한 첫 정례회동을 갖고 "강 대표의 임기가 7월까지인 만큼 이를 채우는 게 좋겠고, 정치적 일정은 예측 가능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 일각에서 제기되는 조기 전당대회론을 일축하고 예정대로 7월에 실시해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는 전당대회를 앞당길 경우 당권투쟁으로 당이 분열로 치달을 수 있다는 우려를 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조기 전대는 박 전 대표측에서 제기하는 공천 책임론을 사실상 인정, 당 체제를 정비하겠다는 메시지이기 때문에 받아들이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그래서 정국해법을 다른 방향으로 잡았다. 바로 이 대통령과 강 대표가 합의한 '5월 임시국회 개최, 각종 법안 처리'라는 민생정책 드라이브다. 명분은 국민이 과반의석을 주었기 때문에 그 민심에 부응해 민생에 노력하자는 것이다. 청와대는 구체적으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인준안을 비롯 미성년자 피해방지 처벌법(혜진ㆍ예슬법), 식품안전기본법, 군사시설 인근 개발법, 낙후지역 개발촉진법, 특정 성폭력범죄자 전자팔찌 의무화법, 출총제 폐지를 위한 공정거래법 개정안 등을 적시했다. 이 대통령과 강 대표는 또 정례회동은 격주, 국무총리가 참석하는 고위당정협의회는 매달 1회, 각 부처 장관이 참석하는 당정협의회는 격월로 1회 개최키로 했다. 일하는 모습을 보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문제는 두 사람이 조찬 이후 배석자들을 물리치고 독대한 20분간이었다. 독대 내용은 누구도 밝히지 않았지만 친박연대와 친박 무소속의 한나라당 복당 문제가 집중 논의됐을 것임은 불문가지.
이 대통령의 의중은 강 대표가 회동 직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탈당 친박 당선자들의 복당 문제는 지금으로선 논의할 때가 아니다"고 밝힌 점으로 추론해볼 수 있다. 이는 박 전 대표와의 갈등을 예고하는 것이지만 지금 친박 인사의 복당이 가져올 '박근혜 힘 쏠림'이 더 부담스럽고 후유증을 잉태한다는 판단을 했다고 볼 수 있다. 아슬아슬한 과반의석처럼 향후 당내 상황도 결코 순탄치 않을 것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한편 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 7시 청와대에서 2시간여 가진 한나라당 중앙선대위 지도부 15명과의 만찬에서도 민생 챙기기를 강조했다. 한 참석자는 "대통령이 '선거도 끝났으니 빨리 일을 해야 하지 않겠냐'는 메시지를 주로 전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친이, 친박이 어디 있느냐. 친이라 그러길래 친이재오인 줄 알았다"면서 계파구분은 없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또 박희태 김덕룡 맹형규 세 의원을 부르며 "(공천탈락으로) 아픔이 있었지만 최선을 다해줘 고맙다"고 위로했으며, 양주 폭탄주가 5, 6순배씩 돌아가는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만찬에는 이날 오전 부친상을 당한 강 대표와 이방호 전 사무총장이 불참한 가운데 안상수 공동선대위원장, 정몽준 이한구 등 선대위부위원장단, 조윤선 대변인 등이 참석했다.
염영남 기자 김영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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