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에무라 나오미 지음ㆍ김성연 옮김/마운틴북스 발행ㆍ340쪽ㆍ1만1,000원
“포터들에게 등짐을 지우고 거의 빈 몸으로 걸었는데, 아무래도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건 내가 생각하는 등반 방식과는 거리가 멀었다. 다른 나라 사람들의 ‘등반’이라는 놀이를 위해 봉사하는 네팔 사람들이 너무 가엾다는 생각이 들었다.”(70쪽)
스키도 못 타면서 스키를 신고 눈 쌓인 경사면으로 뛰어들어 ‘가미카제 특공대’로 불렸던 일본의 산악인 우에무라 나오미(植村直己)ㆍ1941~1984)의 회고다. 기록 수립에 목숨을 거는 것으로만 알려져 있는 프로 등반가에게 어울리는 말이 아니다. ‘20세기 최고의 모험가’라는 수식이 붙어 다니는 그는 냉철한 산악인이기에 앞서 따뜻한 가슴의 인간이었다. 혼자서는 부득이했던 에베레스트 정복을 제외하고는 언제나 단독을 고집했고, 기어이 정상을 밟았다.
책은 메이지 대학 산악부 시절에서부터, 5대륙 최고봉 등정의 기록을 세우기까지의 10년 세월을 소설처럼 펼쳐 보인다. 한창 원숙한 나이의 29세에 써 둔 자전적 글이다. 공사판이나 농장 노동일로 마련한 자금으로 세계의 산을 차례로 정복해 간 그의 이야기는 산에 오른다는 것이 왜 인간적 행위인가를 밝힌다.
계획 수립에서 자금 준비, 현지 문제 해결 등 모든 과정을 혼자서 해 낸 등반 이야기는 조직과 자금이 전제되기 일쑤인 현대의 등반 관행을 반성케 한다. 케냐의 산에 오르기 전, 원주민 아가씨와 맺은 애틋한 인연담(146쪽) 등은 진솔함을 더해 준다.
모험은 산에만 머물지 않았다. 수직에서 수평의 세계로 추구하는 세계를 바꾼 그는 아마존 강의 발상지에서 하구까지 6,000여㎞를 뗏목으로 60일만에 항해하더니, 1년을 극지에서 에스키모인들과 생활하기도 했다. 당시 막 결혼한 그는 신부를 남겨 놓고 17개월에 걸쳐 북극권 1만2,000㎞를 단독 종단, 최초의 단독 북극점 도달이라는 기록도 세웠다.
단독 등반을 고집한 것은 정상에 선 자만 화제가 되는 ‘스타 만들기’가 얼마나 그릇된 것인지를 일찍이 간파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메이지 대학 산악반 시절, 정상에 오른 자신만 알려지는 것을 본 뒤 “남이 애써 이룩한 업적을 가로챈 것만 같았”(92쪽)다는 말이다.
1982년 2월 13일, 그는 세계 최초로 매킨리 동계 단독 등반에 성공해 놓고 하산 중 숨졌다. 시신마저 끝내 찾을 수 없었다. “살아서 돌아 오는 것이야 말로 훌륭한 도전”이라며 아내를 안심시키고 떠난 참이라, 주변을 더욱 안타깝게 했던 죽음이었다.
산악인 심산은 “그는 마침내 현대의 전설이 됐다”고 해설에서 쓰고 있다. 그의 단독 북극 횡단기 <안나여, 저게 코츠뷰의 불빛이다> 는 1989년 국역된 바 있다. 안나여,>
장병욱 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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