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업체 야후 인수를 둘러싸고 정보기술(IT) 업계 최고경영자들의 머리싸움이 치열하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스티브 발머 최고경영자(CEO)가 야후를 인수해 IT 업계의 지존자리 지키기에 나서자 인수 대상으로 지목된 야후의 설립자이자 CEO인 제리 양은 몸값을 높여 부르며 버티고 있다. 인수전의 또 다른 당사자인 구글의 공동 창업자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페이지는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밑질 것 없다며 느긋한 입장이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발머는 10일 미디어 황제 루퍼트 머독이 이끄는 뉴스코프와 야후 인수를 공동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발머는 2월 1일 야후를 주당 31달러씩 모두 446억 달러(약 41조원)에 인수하겠다고 처음 제안한 이래 야후의 제안 거부가 있을 때마다 다양한 전략을 구사하며 야후를 압박해왔다. 그가 5일 야후에게 26일까지 인수 협상 합의에 도달하지 않으면 적대적 인수에 나설 수 있다고 최후통첩을 한 것도 이런 전략의 일환이다.
발머는 자신의 최초 제안이 야후의 최근 주가인 19.18달러에 62%의 프리미엄을 얹은 데다 야후 경영진에 대한 특혜도 있다며 야후 경영진에게 제안 수용을 요구하고 있다.
그렇지만 제리 양은 발머의 제안에 대해 번번히 거부 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MS가 야후를 인수할 경우 얻게 될 이익을 고려하면 그 정도로는 어림 없다는 것이다. 심지어 제리 양은 발머의 적대적 인수 위협에 맞서 인터넷 서비스회사 아메리칸 온라인(AOL)을 자회사로 두고 있는 타임워너와 인터넷 사업 부문 통합을 추진할 의향을 내비쳤다.
제리 양이 발머의 인수 제안에 배짱을 튕기는 이유가 있다.
IT업계의 제왕으로 군림해온 MS는 최근 자사 매출액의 과반수를 차지하는 소프트웨어 시장이 성장 정체를 보이고 있는 반면, 취약 분야인 인터넷 광고 시장이 급팽창하면서 위기감에 휩싸여 있다. 문제는 인터넷 광고 시장에는 구글이라는 신예 맹주가 자리를 꿰차고 있다는 것. MS는 인터넷 방문자 수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야후를 인수해 이 시장에 뛰어들어야 할 절박한 사정에 있다.
인터넷 시장 조사 업체 닐슨 온라인 조사에 따르면 인터넷 검색 엔진 시장의 13.18%를 차지하고 있는 MS가 17.7%를 차지하고 있는 야후를 인수하게 되면 양사를 합친 점유율이 31.5%로 높아져 56.3%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는 구글에 맞설 수 있다.
잔뜩 몸이 달은 발머와 달리 구글의 공동 창업자 브린과 페이지는 양자의 대결을 느긋하게 지켜보고 있다.
두 창업자는 구글이 인터넷 검색 분야에서 누구도 넘볼 수 없는 과반수 시장을 확보한 상태에서 만약 MS가 야후를 인수하면 한판 붙어 볼만하고, MS가 야후 인수에 실패하면 차분히 야후 인수에 나설 수 있다는 계산을 하고 있다.
이번 대결이 어떻게 끝날 것인가에 대해 의견은 엇갈린다. 미 일간지 뉴욕타임스는 MS가 그간 숱한 경쟁자들을 물리쳐왔다며 이 회사의 저력을 높게 평가하고 있는 반면, AFP통신은 MS가 이번에는 도저히 뛰어 넘을 수 없는 검색 엔진이라는 철옹성을 갖고 있는 구글에 비해 불리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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