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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심청이 무슨 효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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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심청이 무슨 효녀야

입력
2008.04.11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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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경혜 글ㆍ양경희 그림/바람의 아이들ㆍ176쪽ㆍ7,800원

고전이 생명력이 긴 이유는 ‘잠언’류의 삶의 지혜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금 다르게 보면 그 삶의 지혜란 것도 그 고전이 나온 시대의 사회ㆍ정치ㆍ경제적 조건의 제약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심청이 무슨 효녀야> 는 심청전, 선녀와 나무꾼, 콩쥐팥쥐, 춘향전, 우렁각시 등의 옛 고전 5편의 캐릭터를 현대적으로 환생시킴으로써, 고전에 대한 비틀어 읽기를 시도한다. 예컨대 악독한 계모와 게으른 딸, 착한 의붓딸 하는 식의 도식적인 선악을 구분으로 해석되는 ‘콩쥐팥쥐’의 인물은 이렇게 재창조된다. 팥쥐는 선머슴처럼 뛰어놀기를 좋아하고 밭일하기는 싫어해 겉보기에는 철딱서니 없는 처녀이다.

그러나 실은 자기주장이 강하고 무술을 좋아한다. 밤마다 무예를 익힌 팥쥐는 결국 왜란 때 전공을 세우는 여자장군이 된다. 반면 지금까지 마음씨 착하고 참한 처녀로 추켜졌던 콩쥐는 소극적인 소녀로 조연에 불과하다. 재해석된 콩쥐팥쥐 이야기를 읽다보면 주체성 있는 여성의 존재를 불편해 했던 조선시대의 가부장적 이데올로기를 자연스럽게 간파할 수 있을 터다.

심청이야기에서의 악인 뺑덕어멈의 재해석도 비슷한 맥락이다. 뺑덕어멈은 입도 거칠고, 퉁명스런 말투에 해녀일을 한다는 이유로 동네 사람들에게 왕따를 당하지만, 밥동냥을 다녀야 하는 심청에게는 “네 아비는 앞을 못보고, 너는 어리니 도움을 받는 게 당연하다. 대신 일할 나이가 되면 네 손으로 벌어먹어야 한다“고 가르치고, 심청이가 인당수에 빠질 위기에 빠지자 대신 바다로 뛰어드는 당찬여인으로 묘사된다.

이밖에도 장가 못간 농사꾼 총각을 돕는 우렁각시 이야기는 글공부보다는 소리에 재능이 있는 양반도련님을 고무하는 우렁엄마 이야기로 변용돼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는 현대적 이데올로기를 전한다. 저자의 구수한 입담과 상상력이 잘 어우러져, 고전이라면 지루해 하는 아이들에게 고전을 이렇게도 비틀어보고, 저렇게도 삐딱하게 봄으로써 재미를 찾도록 하는 데 충분하다.

이왕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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